지역MBC의‘피 땀 눈물’외면한 MBCNET 대표 선임 규탄한다!
지역MBC 프로그램의 전국 유통을 위해 설립된 MBCNET에 또다시 서울 출신 인사가 선임됐다. 어제 지역사 사장단은 투표를 통해 MBC 특임사업국 소속 국장을 MBCNET의 새 대표로 선출했다. 지역MBC가 전액 출자한 지역 전문 PP에 슬그머니 서울MBC 출신 인사를 앉힌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심지어 김재철과 김장겸 사장 시절 MBCNET 대표 자리는 적폐 경영진의 도피처이자 보은성 낙하산 인사로 얼룩진 적도 있었다. 그런데 정상화 투쟁을 통해 어렵게 제자리를 찾은 MBC 그룹 안에서 지난 시절의 과오가 버젓이 되풀이된 것이다.
MBCNET은 양질의 지역MBC 콘텐츠를 전국으로 유통하고, 이를 통해 지역MBC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끌어 올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2007년 설립됐다. 설립 당시 지역MBC 구성원들의 피땀 어린 노력의 기억들을 새삼 되살릴 필요도 없다. 상법상 관계만 따져 봐도 전혀 지분이 없는 서울MBC 출신 인사가, 뻔히 예상되는 논란을 짐짓 모른 체하며 MBCNET의 대표 자리를 노려야만 했었나? 지역 콘텐츠 유통을 책임져야 하는 MBCNET의 대표에 난마처럼 얽힌 지역방송 현실과 지역제작 환경에 문외한인 서울 인사를 반드시 앉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이번 일은 MBCNET 사장 선임권을 쥔 지역MBC 사장들의 인적 구조에 비춰볼 때 이미 예고된 참사나 다름없다. 현재 지역사 사장 16명 가운데 지역 출신은 고작 4명에 불과하다. MBCNET 대표를 지역사 사장들의 투표로 뽑는 지금의 선임 구조에선, 서울 출신 지역사 사장들과의 오랜 안면이 유력한 선발 기준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MBCNET 대표 지원 자격을 지역MBC 경력자로 제한할 필요가 있었지만, 지역사 사장들은 지원 자격을 불쑥 서울MBC 경력자까지 넓혔다. 지역의 고민과 애정이 담긴 자리를 서울 출신 퇴직예정자들의 나눠 먹기식 먹잇감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16개 지역MBC 가운데 15개사의 사장은 이제 취임한지 갓 한 달을 넘기고 있다. 지역 구성원들은 새로 부임한 사장들이 어떤 비전과 전략으로 풍전등화 같은 지역MBC의 위기를 헤쳐 나갈지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MBCNET 대표 선임 과정에서 지역사 사장들은 지역MBC의 역사, 정서, 전략과 한참 동떨어진 결정을 내리는 데 이렇다 할 문제의식도 없는 모습을 드러냈다. 결합판매제도 개편과 전파료 재협상 등 지역MBC의 운명과 직결된 결정을 줄줄이 앞둔 지금, 지역MBC 사장들은 과연 지역MBC의 이익에 진심으로 복무하긴 할 것인지, 뿌리 깊은 의심과 근본적인 회의가 또다시 싹트고 있다.
2021. 4. 27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