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시기, 단결이 해답이다
MBC본부는 어제(9/23) 대의원회를 열고 단체협약 노사합의안을 최종 승인하고, 체결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조합원들의 권익 보호와 공정방송 수호를 목표로 전국의 MBC 노사가 함께 지켜나갈 규범인 단체협약 개정을 준비해 왔고, 7차례에 걸친 실무 협의와 교섭 끝에 최근 결실을 맺은 것이다. 하지만 단일노조 설립 후 한 번도 없었던 초유의 사태를 맞으며 끝내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다. 바로 MBC본부 포항지부와 포항MBC가 이번 단체협약의 당사자로 참여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MBC본부는 지난 1996년 단일노조 출범 이래 전국 공통의 단체협약교섭을 통해 공정방송 실현과 조합원들의 노동권을 지켜왔다. 그리고 이는 전국 네트워크 체제의 단단한 기초와 구성원들의 연대의식을 다지는 원동력이었다. 그렇지만 포항MBC 내에서 포항지부를 제외한 타노조와 사측의 무성의와 불성실한 행위들이 이런 단결의 전통과 저력을 훼손한 것이다.
먼저 포항MBC 제 2노조(포항MBC 민주언론노조)는 창립 직후 수차례에 걸쳐 ‘언론노조와 본부 체계를 존중하고 본부가 추구하는 가치에 동의한다’고 밝혀왔다. MBC본부와 포항지부는 비록 서 있는 곳은 달라졌으나 포항 제 2노조가 스스로 밝힌 입장을 신뢰하며 전국의 단일한 노동조건을 유지하고자 공통교섭에 참여할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본부의 공식요청에는 응답하지 않고, 포항MBC 내 공동교섭단의 상대인 포항지부에게는 교섭거부입장을 밝힌 태도로 비춰볼 때 그간의 입장이 과연 진정성이 있었는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전국을 하나로 이어주던 공통교섭의 유구한 전통을 깨면서까지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과거 적폐 경영진이 온갖 당근을 던지며 단일노조를 깨려던 무수한 시도에도 굳건한 연대와 대오를 지켜온 조합의 역사를 무겁게 여겼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번 포항MBC의 공통교섭 체제의 이탈은 제2노조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 둔다. 다만 개정된 단체협약이 치열한 고민과 노력을 기울인 산물로 공정방송과 조합원의 권리를 한결 탄탄히 한 성과임에도 이를 온전히 적용받지 못하는 조합원들과 구성원들이 생겨났다는 현실에 안타까울 따름이다.
또한 포항MBC 사측의 태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포항MBC는 복수노조 성립 이후 양 노조의 중재와 원활한 노사교섭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묻고 싶다. 오히려 공동교섭단을 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복수노조라는 체제를 핑계삼아 공통교섭 위임을 선제적으로 철회해 포항MBC 내 노노 갈등을 부추겼고, 모든 책임을 공동교섭단에 떠넘기는 회피로 일관했다. 사내 화합과 갈등의 해소도 회사 경영의 중요한 의무일진대, 과연 포항MBC 사측이 그간 보여 온 행보가 온당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다수가 함께 가는 길에 일시적인 갈등과 분열은 발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MBC본부는 전국 18개 지부가 하나라는 연대와 단결의 가치가 무엇보다 소중함을 시련의 역사를 거치면서 거듭 확인해 왔다. 경영의 위기가 조합원의 권익과 공정방송의 토대를 위협하는 지금의 시기라면 더욱 그러하다. MBC본부는 포항의 양 노조가 대립과 불신의 시기를 대승적 차원의 결단으로 현명하고 지혜롭게 헤쳐나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다시 완결된 체제가 복원되기를 기대하며 우리의 역할을 다할 것이다. 문은 활짝 열려 있다.
2020년 9월 2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