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언론을 선전선동 수단으로 쓰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정권이 언론사를 장악하여 사실을 은폐하거나 왜곡하는 것은 가장 단순하고 억압적인 방식이다. 이보다 천박하고 치졸한 방식도 있다. 집권 정당이 눈엣가시 같은 언론사를 표적 삼아 동원하여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사실인 양 유포하고 이를 빌미로 사정 기관을 동원해 괴롭히는 방식이다.
감사원은 공영방송 MBC의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 대해 ‘방만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해태 의혹’을 제기하며 오늘 현장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민감사 청구에 따라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자료수집’에는 현장 조사 또한 포함된다는 것이 감사원의 해석이다. 감사원의 압박은 MBC만을 향하지 않았다. KBS 또한 반 년 넘게 국민청구를 빌미로 ‘먼지털이’식 감사를 진행 중이다.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이 보장돼야 할 공영방송에 대한 겁박이 마치 군홧발로 방송사를 유린하던 독재정권 시절을 보는 듯하다. 현 집권세력의 전위대 노릇을 하는 일부 인사들의 감사 청구를 빌미로 유례를 찾기 힘든 현장 조사까지 감행하겠다는 감사원의 의도는 불을 보듯 훤하다.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공영방송에 다시 권력의 편에 설 낙하산 사장을 내리꽂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저열한 의지를 서슴없이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어제(25일) 국민의힘 과방위 간사인 박성중 의원의 발언은 어떠한가. 그는 국정원과 경찰이 대거 동원되어 벌인 민주노총 ‘간첩단’ 압수수색 관련 보도를 두고 “국민안전,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MBC는 민주노총 간첩단 활동 문제를 뉴스데스크에서 비중 있게 다뤄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회 과방위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뉴스데스크라는 특정 프로그램을 찍어 보도 방향을 지시한 발언이 방송법 제4조(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의 위반 소지가 있음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선동방송’, ‘민노총 언론노조가 장악한 노영방송’이라는 박 의원의 망언은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그러나 방송사 사장조차 개입할 수 없는 뉴스 아이템 선정과 보도 방향까지 지시하는 작태는 박 의원이 더 이상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방증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국민의힘에게 이토록 치졸하고 천박한 선전선동을 즉시 거둘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집권세력의 전위대를 자처하며 공영방송을 장악할 빈약한 근거와 선동에 나설 시간에 정상적인 정당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망각하고 있다.
현재 국회 법사위에 상정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 보장 법률 개정안 처리가 그것이다. 언제까지 이 법안에 ‘언론노조의 영구장악법’이라는 허술한 딱지를 붙여 공영방송 장악의 시간을 벌려는가. 공영방송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비판이 있다면 국회에서 논의할 일이다. 감사원을 통한 압박과 공개적인 편성 개입은 국민의힘에게 집권 여당의 자격이 없음을 증명할 뿐이다.
2023년 1월 26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