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MBC의 졸속‧밀실 사외이사 선임 중단하라
사외이사가 뭔지 정녕 모른단 말인가?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말 13개 지역MBC에 대한 재허가 조건으로 ‘사외 이사 선임’을 제시했다. “주주와 특수관계자가 아닌 독립적인 사외 이사를 2019년까지 위촉하라”는 것이었다. 지역MBC의 자유롭고 투명한 의사결정, 즉 자율경영을 보장하라는 사회 저변의 합리적이고 당연한 요구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최소한으로 화답한 결과였다.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하는 사외이사 제도 본래의 취지도 당연히 포함돼 있다.
그러나 최근 지역사 몇 곳의 사외이사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제도의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 모 지역사의 사외이사 물망에 올라 있는 황용구 씨는 불과 몇 달 전 MBC경남 사장직에서 물러난 사람이다. 그는 MBC경남의 강제 통폐합을 주도하며 지난 수 년간 MBC 네트워크를 파괴한 장본인이다. 최근 언론노조의 부역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김재철–안광한–김장겸 체제에서 주주의 지시에 순응하는 것을 유일한 미덕으로 숭배하며, 지역사 사장 임기를 보낸 그를 주주 즉 MBC 경영진으로부터 지역MBC 경영의 자율성과 투명성을 지켜 낼 적임자로 선정하겠다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지금의 경영진은 공영방송 MBC를 경영할 능력과 자격이 없다는 걸 또 다시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이미 해당 지역사는 황 전 사장의 사외이사 선임을 위해 지난달 이미 서면 이사회를 거쳤다. 다음주 열릴 임시 주주총회만 통과하면 선임 절차가 마무리된다. 그런데 후보의 자격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이 곳 만이 아니다. 다른 지역사 한 곳은 유통 대기업 출신의 홍보 담당 전직 임원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려 하고 있다. 방송 관련 경력이 전무한 인사가 무슨 명분으로 지상파 방송의 사외이사직을 감당하겠다는 것인가.
사외 이사 선임 과정은 더욱 경악스럽다. 철저히 밀실에서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 공모 절차는 물론 별도의 선임 기구조차 없다. 황용구 전 사장의 경우도 서울MBC가 일방적으로 낙점한 인사라는 후문이다. 대주주의 과도한 지배력을 견제하기 위한 사외이사 도입의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형국이다.
알박기 사장이, 사외이사 알박기 추진하나?
지역MBC의 사외이사는 경영진의 전횡을 견제하고 자율경영을 지키는 막중한 책무를 갖는 자리다. 언론부역자나 무자격자들이 연간 수 천만 원의 이른바 ‘거마비’를 챙기며 한가하게 시간을 때울 자리가 아니다. 회사는 오는 20일 춘천과 울산, 전주MBC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사외이사를 선임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방통위가 제시한 사외이사 선임 조건의 이행 시기는 아직 1년 반 넘게 남아 있다. 지역사들은 올해 초 방통위에 제출한 이행계획서에서 ‘2018 회계연도 정기주주총회’(2019년 3월 개최)에서의 선임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사외이사 선임을 서두르는 이유가 무엇인가.
박근혜 정권은 탄핵 직전 김장겸을 MBC 사장으로 선임했다. 세상은 이를 박근혜 체제의 마지막 공영방송 알박기라 불렀다. 이번에는 박근혜가 박아 놓은 알 김장겸이 지역 MBC에 알박기를 하는 형국이다. 지역MBC 사외이사 선임을 굳이 서두르는 부역자들의 검은 속내이다. 김장겸도 최후가 임박했음을 감지한 것이다. 그래서 박근혜처럼 쫓겨나기 전에 그동안 자기 편을 들어줬던 사람들에게 자리 하나 씩 만들어 주려는 것인가.
이제라도 지역MBC 사외이사 선임 절차를 중단하라. 상식적으로 부적합한 인사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본사 경영진과 특수 관계에 있는 일부 후보의 경우, 법률적으로 배척사유가 분명하다. 방통위에도 요구한다. 감독기관의 지시를 비웃듯 꼼수 인사를 획책하는 MBC 사측에 엄정하게 대처하기 바란다. 새롭게 구성된 방통위에서 사후 약방문은 더 이상 없기 바란다.
2017년 7월 1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