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없는 몸집 줄이기가 MBC의 미래인가
– 회사의 ‘중기 인력운영 계획’에 부쳐 –
회사의 ‘중기 인력운영 계획’이 조합에 제시됐다. 그룹전략TF 활동 가운데 가장 먼저 계획안이 수립, 전달된 것이다. 더구나 이 계획을 바탕으로 한 2019년 신입사원 채용계획은 전사의 관심사였다. 조합은 TF출범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당장의 실적과 영업수지를 위한 인력운영계획은 안 된다는 우려와 MBC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전략적인 방안을 제시해 줄 것을 엄중히 당부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조합의 우려는 현실이 되었고, 고심어린 당부는 공허한 메아리가 되었다. 이번 회사가 제시한 ‘중기 인력운영 계획’은 MBC의 흑자 달성을 목표로 한 숫자 맞추기만 제시되어 있을 뿐, 이를 실현할 MBC의 비전과 전략은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다.
회사가 제안한 방안의 핵심은 정년퇴직 인력 대비 신규채용 인력을 최대한 억제하는 방식으로 향후 4년간 직원의 10%를 감축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신입사원은 3개 부문에 한해 7명만 선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일련의 계획에 따라 인원이 줄고, 동시에 직원 1인당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면 2021년부터 영업이익을 흑자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너무나도 편의적이고 익숙한 비용 절감, 인력 감축 방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회사 여기저기서 탄식과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첫째, 가장 큰 문제는 전략과 비전의 부재이다. 지금 MBC는 차별적 특혜를 받으며 성장가도를 달리는 종편과 유료방송의 공세, 그리고 모바일을 필두로 한 미디어 시장의 지각변동으로 인해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렇게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MBC의 방향 설정이나 위기 타개 전략 같은 더 큰 과제는 접어두고 적정 인력 규모를 먼저 계산했다는 건 일의 순서가 바뀌었다는 지적이다.
둘째, 회사의 인력운영 계획은 회사 매출액 대비 적정 인건비 규모를 상정하고 그 목표치에 다가가도록 인력운영 계획을 설계했다. 비용의 관점으로만 접근한 것이다. 하지만 결국은 사람이 재산인 MBC의 경우, 인건비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당연한 비판에 회사는 무엇이라 답할 것인가?
셋째, 제작 현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미 인력난에 허덕이는 부서가 수두룩하고 더 이상은 어렵다는 아우성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일부 부서는 평균 연령이 50세에 육박할 정도로 회사 곳곳의 노령화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타사 대비 기동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젊고 창의적인 제작진과의 협업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그렇다면 회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력을 충원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야 맞다. 하지만 줄어드는 숫자만 있고 설명은 없다. 그래서 남는 건 무력감과 소외감, 좌절과 냉소뿐이다. 인력을 충원하는 부서도 마냥 환영하지는 않는다. 두세 명씩 숫자를 채우는 것보다는 경쟁력과 조직력 강화 등을 고려한 보다 전략적인 인력충원 계획을 원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이런 일련의 목소리 속에서 분명해진 것은, 회사가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MBC가 어렵다. 생존을 위해서라도 큰 폭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하지만, 혁신을 위해선 무엇보다도 합리적이고 세밀한 전략제시가 필요하다. 적어도 지금 회사가 추진하고 있는 비상경영방안에 따라 콘텐츠강화전략과 편성전략이 제시되고, 그에 따른 예산과 제작 계획이 구축된 이후 그에 적합한 ‘인력운영 계획’이 나와야 한다. 지금은 머리와 몸통은 채 그려지지도 않았는데, 꼬리부터 완성해 놓자는 형국이니 설득력이 높을 수가 없다.
회사에 당부한다. 지금이라도 현업의 목소리에서 문제해결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함께 찾아야 한다.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고, 그것을 실행하는 일이라면 조합도 최선을 다해 힘을 모을 것이다. 아직 시간은 남아 있다.
2019년 8월 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서울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