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기간 ‘해외 호화 접대’
또 터진 김광동 비리 의혹, 지금이라도 해임하라
세월호 참사 기간 외유 출장, 호화 접대받은 김광동
방송문화진흥회의 대표적 적폐 이사 김광동 씨의 비리 의혹이 또다시 터져 나왔다. 무려 9년간 방문진 이사 자리를 꿰차고 있으면서 MBC 미주법인과 MBC플러스 등 MBC 자회사 사장들로부터 고가 골프 및 식사, 관광 등 해외 접대를 받은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방문진 이사회에 보고된 감사 결과에 따르면 김광동은 지난 2014년 4월 24일부터 5월 2일까지 당시 방문진 이사장 김문환, 이사 박천일 씨 등과 함께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리는 NCTA(미국 케이블방송통신협회) 행사 출장을 다녀왔다. 이 시기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직후로, 나라 전체가 슬픔과 충격에 빠졌을 때였다.
세월호 참사 기간인 4월24일, 김광동 등은 행사 개최지 LA가 아니라 워싱턴으로 날아갔다. 이들은 여기서 당시 MBC 워싱턴 지국장이자 특파원인 문호철 씨로부터 2박3일간 골프와 식사를 접대받았다.
김광동 등은 4월27일 LA로 이동해 당시 MBC 미주법인 사장 윤동열 씨, MBC플러스 사장 한윤희 씨로부터 온갖 접대와 선물을 받기 시작한다.
이들은 1인당 50만원이 넘는 VIP석에서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경기를 관람했고, 유니버설 스튜디오 VIP 견학(총액 미화 2천 달러 상당)을 한데 이어 트럼프 골프장(1인당 요금 미화 230달러)과 펠리칸 힐 골프장(1인당 요금 403달러) 등 호화 골프장에서 골프 접대를 받았다. 식비 130만원이 넘는 고급 레스토랑 등에서 매일 저녁식사까지 얻어먹었다. 와인과 기념품같은 선물도 챙겼다. 이렇게 김광동 등을 접대하는데 쓰인 회사 공금이 미화 1만512달러, 우리돈 1천170만원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김광동 등은 2014년 1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2016년 4월 LA와 멕시코에서 또다시 윤동열의 접대를 받았다. 선물, 골프, 관광, 식사 등 접대에 모두 1천300만원 상당의 공금이 쓰였다.
접대 관행에 기생해 공영방송을 망친 실세 적폐 이사들
MBC 자회사 사장들이 왜 김광동 등에게 회사 공금을 써가며 골프와 식사, 선물 등 해외 접대를 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윤동열과 한윤희에게 김광동은 사실상 ‘실세 인사권자’였기 때문이다.
MBC 미주법인과 MBC 플러스 등 자회사의 사장은 대주주인 MBC가 방문진과의 협의를 거쳐 임명한다. 당시 김광동은 박근혜 정권이 임명한 방문진의 실세 이사였다.
관리감독권자에게 재물이나 이익을 공여하는 경우 배임증재에 해당되고, 관리감독권자가 재물이나 이익을 제공받았을 경우에는 배임수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더구나 그 돈이 회사 공금이었다면 당연히 업무상 횡령, 배임까지 성립한다.
그러나 김광동은 5일 방문진 이사회에서 “회사의 업무추진비를 쓴 것이고 방문자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일상적인 성격의 접대였다”는 궤변을 반복했다.
김광동의 이런 행태는 상습적이었다. 김광동은 2014년과 2015년 당시 울산MBC 사장 윤길용으로부터도 골프 상품권 접대와 명품 넥타이, 소고기 선물 등을 제공받아 파문을 빚었다. 이 같은 사실만으로도 김광동은 이미 처벌됐어야 맞다. 늦었지만 이런 비위 인사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지금이라도 해임시켜야 한다. 동시에 배임수재 등 법적 책임을 지워야 할 것이다.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 또 있다. 김광동 일행은 이렇게 온갖 식사‧골프‧선물 접대를 받아놓고, 방문진에서 거액의 출장비를 타갔다. 문제가 된 2014년 4월 미국 LA 출장 당시, 1천170만원 상당의 접대를 받았으면서, 김광동 일행 4명은 방문진에서 출장비 명목으로 무려 5천390만 원을 별도 수령했다. 접대는 접대대로 받고, 사실상 항공비와 숙박비 등만 지출했을 사람들이 어떻게 5천만 원 넘는 출장비를 타갔을까? 영수증 내역과 용처는 제대로 대조, 확인된 걸까?
방문진도 개혁 대상… 방만 운영, 호화 외유, 접대 관행 근절해야
지난 10년 적폐 경영진의 방치 속에 MBC 경영 상황은 계속 악화일로를 걸었다. 그러나 공영방송 MBC의 공금으로 운영되는 방문진 이사들의 외유성 해외 출장과 호화 접대 관행은 오히려 기승을 부렸다. 2014년과 2015년 방문진 이사장을 지낸 김문환 씨의 경우, 임기 2년여 동안 출장 명목으로 미국, 영국, 모나코, 스페인 등 9개국을 돌아다녔다. 열흘에 하루 꼴로 외국에 나가 있었던 셈이다. 이 2년여간 방문진은 김문환과 김광동 등이 포함된 해외 출장에만 6억5천만 원이나 되는 거액의 경비를 썼다.
이런 사태가 반복됐는데도 방문진 감사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 한균태 방문진 감사는 지난 3일 MBC로부터 김광동 접대 내역 자료를 확보했다. 그러나 방문진 사무처에 “내가 알아서 보고할테니 방문진 이사들에게 자료를 배포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래놓고 5일 방문진 이사회에서는, MBC 박영춘 감사만 문제삼으며 “김광동 이사와 관련된 MBC 감사국 일부 조사가 허위였고 박 감사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결론만 내놨다. 한균태는 박근혜 정권 하에서 임명돼 방문진의 방만한 운영과 비위 의혹을 사실상 방치해온 인물이다. 이미 해임되었어야 할 적폐가 여전히 방문진 감사 자리에 앉아 적폐를 방치하고 덮고 있는 셈이다.
MBC와 마찬가지로 지난 10년 간 방문진 역시 썩어 들어갔다. 방문진 역시 대수술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사업을 벌이며 방만하게 돈을 써온 관행, 외유성 호화 출장과 접대 관행을 근절하고 시청자를 대표해 공영방송을 감시하며 공정성을 보장하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방문진 이사 선임 과정에서 정치권의 영향력을 차단해야 한다. 시민 대표성을 강화할 수 있는 인사들을 방문진 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고영주, 김광동 같은 자들이 다시는 공영방송 이사 자리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김광동을 즉각 해임하고 고발조치하라. 방송문화진흥회가 진정 시청자를 대표해 공영방송을 감시하고 공정방송을 보장할 수 있도록, 참신하고 개혁적인 인사들로 전면 혁신하라. 이제는 과거의 어떤 관행도 용인될 수 없다. 방문진은 시청자들의 대표 기관으로 바닥부터 거듭나야 한다.
2018년 7월 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