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 이사 추가 선임을 취소하고 자율경영 약속을 지켜라
MBC가 어제 4개 지역사(부산, 경남, 대구, 광주)의 주주총회를 열어 ‘비상임 이사’ 추가 선임을 의결했다. 어제 주총은 원래 대주주를 견제하는 장치로 방송통신위가 권고한 지역MBC의 사외이사를 선임하기 위한 절차였다. 그런데 사측은 여기에 비상임 이사 한 명씩을 추가로 선임하는 안건을 끼워 넣었다. 이로써 최승호 사장의 약속이었던 지역사 자율경영을 보장하라는 구성원들의 요구는 묵살됐고, 사외이사 선임의 취지는 훼손됐다.
사측은 이해하기 힘든 명분을 내세웠다. “대주주는 권한과 동시에 책임도 있다”, “본–계열사 체제에서 책임을 방기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결국 이번 비상임 이사 추가 선임이 지역사 사외이사에 대응해 대주주가 이사회의 과반을 확보하고, 만약의 경우 이사회를 거수기로 전락시키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대주주가 직접 권한을 행사해 선임한 지역사 사장도 믿지 못하겠다는 뜻인가? 사측은 이번 사태를 통해 지역을 여전히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일련의 과정에서 사측이 보여준 소통 태도 역시 유감이다. 지역사 구성원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입장을 전달했고, 방문진 협의 절차가 진행되기 직전 성명을 통해 요구를 밝혔다. 그러나 사측은 “믿어 달라. 일단 추진해보자.”며 시종일관 선을 그었다. 결국 지역사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방문진 보고를 강행하더니 이제 와서는 방문진 보고가 끝난 상태라 번복할 수 없다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였다. 일부 방문진 이사들이 문제 삼았지만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토론의 자세가 아니었고, 이미 결론을 내놓고 대화에 임했다.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에서 ‘이미 보장된 독점적 권리’는 없다. 법적인 권한이더라도 이해 당사자들과 협의하고 설득하는 과정은 필수적이다. 하물며 촛불 시민의 힘으로 재건한 공영방송 MBC는 말할 나위도 없다. 우리가 함께 투쟁해 되찾은 MBC가 단지 상법상 보장된 대주주의 권한만 내세우는 단순한 주식회사에 불과한가? 강행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사측은 더욱 진정성 있게 설득해야 했다. 그래야 시청자들도 납득할 수 있고,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최근 지역사들에 대한 사측의 입장과 태도는 ‘자율경영 보장’이라는 최승호 사장의 약속이 지켜질 것인지 의심을 갖게 한다. 분권과 자치의 시대, 지역사에 권한과 재량을 줘서 스스로 미래를 주도해야 할 전환의 시기이다. 사측에 다시 한 번 엄중히 요구한다. 비상임 이사 선임을 취소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 초심을 되새기고 소통하라.
2018년 6월 2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