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세지감 隔世之感, 아주 바뀐 세상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말합니다.
입사 이후 어느덧 만 9년을 향해 가고 있는 기자들의 입에서 습관처럼 터져나오는 말입니다.
10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그 때의 보도국의 풍경은 지금과 아주 달랐습니다.
하나라도 더 취재하고 기사에 반영하고 때로는 치열하게 싸우면서도 취재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사람들은 MBC의 보도에 대해 때로는 격려를, 때로는 매서운 비판을 주기도 했지만
그들의 공통된 감정은 바로 ‘관심’ 이었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됐습니까.
불과 몇 년새 그 뜨거웠던 관심을 차디차게 식어버렸고,
오히려 조롱으로 변해 현장 기자들에게 쏟아졌습니다. 시청률은 말할 것도 없고,
언론사의 목숨과도 같은 신뢰도와 영향력의 추락은 새삼 가파릅니다.
하루종일 온라인 상에서 논란이 되던 쟁점과 현안들은
화려한 타이틀에 붙어 시작되는 우리 뉴스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흔적이라도 찾아볼라 치면, 비틀어지고 축소됐습니다.
일본의 한 역사학자는 “역사는 가능한 다방면에서 보려고 애써도 모르는 새
한쪽 견해로 쏠리는 경향이 있는데 하물며 처음부터 렌즈의 위치와 방향을
비딱하게 고정시켜 놓은 상태에서는 진실의 사진이 찍힐 리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권력이나 특권에 대한 감시와 비판보다 자리욕심에 골몰하는 이들에게는
애초에 공정한 뉴스를 기대할 수 없는 겁니다.
이제는 ‘MBC가 이렇게 보도하면 이렇게 믿어주겠지’라고 생각하는 우매함 때문인지,
‘본인들의 앞날에 영달을 부여할 정치권에 대한 신호발송’인지 구분도 힘들지만
그 결과 하나만은 뚜렷합니다.
각종 조사에서도 MBC는 영향력과 신뢰도가 다섯손가락 안에 들기 어렵고
신뢰성과 공정성, 유용성 면에서 한국언론학회가 뽑은 8대 미디어에도 들지 못했습니다.
따가운 눈총과 비난은 항상 현장 기자들의 몫이었습니다. 세월호 인양 취재 현장에서도 ‘너희가 무슨 자격으로 여기를 와서 취재하느냐’는 반문에 아무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유가족들을 ‘깡패’에 비유하고,
잠수사의 안타까운 죽음의 원인을 유족들의 조급증으로 돌려버렸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MBC 추락의 한가운데는 김장겸 사장과 주변을 둘러싼 경영진이 있었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토록 의지하고 지난 정권이 스스로의 부패로 몰락한 지금까지도,
‘2012년 파업’ 핑계를 대며 자신들의 무능을 숨기고 있는
김장겸 사장과 보도국 수뇌부들은 참담한 MBC의 추락에 대해 책임져야 합니다.
과거에 대한 반성과 개선 없이 미래는 없습니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 기업에서도 경영성과가 저조하면 수장이 책임지고 자리에서 물러납니다.
하물며 언론사에서, 가장 소중한 자산인 신뢰도와 영향력을 한순간에 무너뜨린 현 경영진은 그 職의 무거움을 통감해야 할 것입니다.
‘품격있는 젊은 방송’을 하고 싶습니다.
이제 그만 자리에서 물러나 주십시오.
2017년 5월 30일
41기 공윤선 김민욱 박주영 서혜연 양효걸 이남호 이성재 임경아 조의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