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방문진 이사 선임 불개입’ 약속 지켜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6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언론개혁 추진 방안 중 하나로 발표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여당은 기득권을 내려놓기 위해 공영방송 사장 후보자 추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고 했고, 김용민 미디어특위 위원장은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적 후견주의 타파에 앞장서겠다”고 공언했다. 이후 송영길 대표는 “공영방송 이사선임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선언을 추진하겠다”며 이번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과정에서 여당 추천 등 관행적으로 이뤄져 오던 정치적 개입을 지양하겠다는 뜻을 국민 앞에 약속하기도 했다.
유력인물 벌써부터 거론..‘정치권 나눠먹기’ 용납할 수 없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방문진 이사 선임 절차에 돌입했다. 서류 심사와 국민의견수렴을 거쳐 오늘은 후보자 면접을 진행했다. 그런데 이사 선임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며 처음으로 도입한 후보 면접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민주당 추천 유력 인물이라며 일부 지원자들의 이름이 방문진 이사 내정자로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다. ‘공영방송 이사 선임 불개입’을 공언했던 민주당이 또다시 정치 후견주의를 재현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상황이다. 사실이라면 민주당은 국민 앞에서는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강조하면서 뒤로는 여당이 가진 공영방송 이사 다수 추천 권한이라는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 하는 이중성과 공영방송 장악에 대한 욕망을 드러낸 셈이다. 이는 방문진 이사와 사장 선임에 정치권의 입김을 배제함으로써 공영방송의 진정한 정치적 독립을 이루기를 염원하며 수년간 싸워온 MBC 구성원들에 대한 기만이자 대국민 사기극이 아닐 수 없다.
김석환⦁김기중 지원자는 공영방송 이사직에 어울리지 않는다.
방문진 이사 지원자 중에는 19대 대선 문재인 캠프에서 미디어특보로 활동한 인물이 2명 포함돼 있다. 그 중 한 명인 김석환 전 한국인터넷진흥원 원장은 지난 2017년에 사이버 보안 관련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진흥원장에 임명돼 이른바 ‘보은 인사’ 논란이 불거졌던 인물이다. 최근 임기를 마친 김 전 원장이 또다시 여당을 등에 업고 3년 임기의 방문진 이사로 선임되려 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며 MBC 구성원들은 결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방문진 이사에 지원한 김기중 변호사는 광주 대동고 출신이다. 현 정부와 여당에서 광주 대동고 출신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던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물론 김용범 전 기재부 1차관, 김오수 검찰총장 등 정가와 관가, 법조계 요직에 대동고 출신이 두루 분포해 있다. 특히 김기중 변호사는 지난 2009년 국회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에 민주당 추천 위원으로 활동했고, 지난 2016년에도 민주당 추천으로 3년의 임기가 보장되는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지냈다. 김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률자문과 인권보호 활동에 힘쓰는 등 인품과 능력 면에서는 부족함이 없는 인물이라는 점은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특정 정당의 추천을 받아 여러 차례 활동했던 그의 경력은 정치적 독립을 추구해야 하는 공영방송 이사직에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다.
공영방송의 주인은 국민이다.
방문진 이사와 MBC 사장 선임 과정에서 정치적 입김은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는 우리의 원칙과 온전한 국민의 공영방송, 어느 정권에도 휘둘리지 않는 독립성이 보장된 공영방송이 되고자 하는 우리의 염원은 여당과 야당을 가리지 않고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는 MBC 구성원들의 염원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의 간절한 바람이기도 하다. 현재 국회에서는 민주당 주도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가 진행 중이다. MBC에게는 조속히 관련 입법이 추진되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기도 하다. 아직 법 개정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민주당의 방문진 이사 불개입 선언이 유효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대의를 위해 담대히 기득권을 포기하고자 했던 민주당이 불과 한 달여 만에 눈앞에 놓인 방문진 이사 자리를 두고 스스로 내건 약속을 저버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2021년 8월 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