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격 훼손은 대통령, 국민은 부끄럽다

진실과 국익 중 어느 것이 우선인가요?”

진실이 우선이죠. 궁극적으로 국익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014년 개봉한 영화 <제보자> 대사 중 일부다. 영화는 지난 2005년 말 <MBC PD수첩>의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당시 MBC는 ‘국가적 인재의 연구를 방해했다’, ‘국익에 저해되는 보도를 했다’라며 이른바 융단 폭격을 맞았다.

 

2011년 9월 2일. 대법원은 2008년 4월에 방송된 MBC PD수첩 “긴급 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안전한가?”편과 관련해 정정·반론 보도 청구 소송과 명예훼손 형사소송에 대해 각각 원심 파기환송과 무죄를 확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대법원은 정부 또는 국가기관의 정책 결정이나 업무수행과 관련된 사항은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고, 이러한 감시와 비판은 이를 주요 임무로 하는 언론보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될 때 비로소 정상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라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그리고 2022년 9월 MBC의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파문’ 보도가 다시금 국익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앞장서 MBC를 표적 삼자 대통령실은 물론 집권 여당, 관변 단체까지 일사불란하게 MBC를 상대로 집단 겁박에 나서고 있다. 대통령실은 MBC 보도가 허위라는 전제하에 질의서의 탈을 쓴 취조 조서를 보냈고, 항의를 빙자한 집권 여당의 MBC 협박, MBC와 야당의 유착 의혹 등 음모론에 ‘매국 방송, 국기문란 보도’라는 프레임 공격, 급기야는 공영방송 사장을 비롯한 취재·제작진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형사고발’까지 감행했다. 나흘 만에 이뤄진 전방위 압박이다.

 

MBC 본부는 일련의 상황이 정부와 여당이 스스로의 잘못을 덮기 위해 MBC를 희생양 삼아 위기를 모면하려는 꼼수를 넘어 민주주의의 퇴행임을 밝힌다. MBC 보도는 “윤석열 대통령이 그 짧디짧았던 외교 무대에서조차 대통령으로서 마땅히 갖추어야 할 자세와 태도를 유지하지 못했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도했을 뿐이다.

 

집권 여당에 묻겠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자국 대통령의 허물쯤은 덮어주는 것이 당신들이 생각하는 대한민국 언론의 역할인가? 우리 국민은 우리 대통령이 한미동맹이라는 국익을 위해 때와 장소를 가려 분별 있는 말과 행동을 했는지 ‘알 권리’가 있다. 그리고 언론은 있는 그대로 알려야 할 의무가 있을 뿐이다. 언론이 보도하지 않았다고 해서 윤 대통령이 실언했다는 ‘진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고개를 들지 못할 만큼 명예가 실추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아닌 치열한 외교 전쟁터에서 싸움판에서나 쓰임 직한 욕설과 비속어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대통령을 둔 우리 국민이며, 대통령실이 욕설 당사자로 지목했던 야당일 것이다.

 

 

졸속으로 이뤄진 한-미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한 <PD수첩> 광우병 보도 이후 MB 정권 차원에서 벌어진 지난날을 MBC 구성원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 정권의 주구(走狗)였던 검찰의 압수수색 시도와 제작진에 대한 강제구인, 그리고 엉터리 기소에 제작진의 인권과 언론인으로서의 자부심은 무참히 짓밟혔다.

 

막말 파문으로 궁지에 몰린 정부와 여당이 지금 해야 할 것은 MBC에 책임을 전가하고 제작진을 형사고발 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진솔하게 국민에게 사과부터 하는 일이다. 그것이 지난 역사의 교훈이며,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MBC 본부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정부와 여당의 몰염치한 행태와 적반하장격 공세에 맞서 강력히 투쟁할 것임을 천명한다.

 

 

 

2022929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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