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지부 성명] 지난 4년의 색깔을 또다시 덧입히지 말라!

지난 4년의 색깔을 또다시 덧입히지 말라!

 

  이호인 사장과의 동행이 다섯 해를 내다보고 있다사장의 임기 내 경영 성과와 평가는 숱한 부침을 겪어왔고 우리 역시 타협과 양보를 거듭하며 상생의 기틀을 마련코자 부단히 움직였다그러나 각자의 자리에서 남겨온 발자취와 달리 이호인 사장의 최근 신년사는 여전히 급박한 상황을 외부환경 탓으로만 돌리는 안이한 인식으로 그리고 구성원들에만 경각심을 요구하는 진부한 훈계로 여겨지기에 이를 바라보는 우려는 기대를 넘어서고 있다.

 

  임기 초 떠들썩했던 신사업 추진은 빈 수레로 귀결되고 있다신사옥 이전 계획과 맞물려 신재생에너지 투자는 우리에게 신선한 명제였지만 불안한 시선도 적지 않았다그럼에도 미래 먹거리의 확보는 경영 위기를 넘어설 필요충분조건이었기에 우리 역시 과감하고 대담한 시도를 묵묵히 지켜봐 왔다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불완전한 조건과 불확실한 결론만 파다해지면서 사장의 의지는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특히 내부 소통과 정보 공유도 불투명해지면서 우리의 갈급함이 조급함으로 치부되기도 했다신년사에서 재차 강조됐듯 녹록지 않은 상황을 열거하며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는 모르는 바가 아니나 지자체와 기업의 의존도를 낮추고 자생능력을 강화하는 해법이 경쟁력 있는 신사업 확보라는 것을 누구보다 주창했던 사장이라면 통렬한 반성과 성찰이 우선돼야 함은 당연하다.

 

  임기 동안 치러진 인적 재편 역시 여전히 의문부호로 넘쳐난다경직된 조직문화를 타파하고자 적극적인 인사를 요구 해왔던 우리에게 인사를 시도할 만한 인적자원이 없다고 누누이 말해왔던 터라 더욱 그렇다옥상옥 구조의 팀장급 신설의 경우 협소한 조직문화에서 불필요한 수직 구조라며 비판이 켜켜이 쌓여가고 있고 매년 부장급 승진 누락을 통한 인사 적체 우려에 대해서도 뚜렷한 해명조차 없어 구성원들은 회사 내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부정당하는 것은 물론 애써 무너진 자존감을 감추고 있다반면 슬그머니 인상된 보직자들의 수당은 협상 때마다 인색함을 내비치던 사장의 결단 속에 결국 편애와 편향이 내포돼 있었다는 것을 궁색하게 방증한다그래서 인사가 만사란 현자의 지혜를 토대로 걸맞은 인사권의 발동이 조직사회의 또 다른 활력소가 된다는 것을 아로새겨야 한다.

 

  최근까지 이어왔던 퇴직금 누진제 폐지 협의 과정 역시 우리의 임계점을 넘나들게 하고 있다사장의 재직 시절 노동조건 하락의 경험치를 얼마나 쌓아왔는지 모르겠으나 노동자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음에도 경영실적과 이사회 부결 가능성을 언급할 때부터 진지한 논의는 기대하기 힘들었다우리는 십수 년 동안 설득과 양보의 과정을 통해 안식년 확대와 무급휴가 추진 등 험난한 노동조건 하락을 경험해오며 회사와 상생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열린 태도를 견지해왔다그런데도 위기 극복을 위한 조합의 제안을 무시한 채 납득할 수 없는 명분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면 사장 스스로 여수MBC를 거쳐 갔던 임원들이 선뜻 자신의 급여를 줄여왔던 것처럼 고통 감내를 통해 우리에게 동행하자고 손을 내밀 수 있는지 심히 궁금하다.

 

  이호인 사장에 되묻는다.

  자신이 품고 펼쳐왔던 경영철학이 올바르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연임 과정에서 호기롭게 제출했던 경영계획서대로 몸과 마음을 다잡고 있는가?

  남루해진 노동조건을 그나마 유지하고자 하는 우리의 요구가 부도덕하다고 일갈할 수 있는가?

 

   굳건한 나무는 흔들리는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다만 쓰러지지 않기 위해 뿌리를 더 깊게 내릴 뿐이다경기 침체와 광고 감소 등 외부환경 탓에만 매몰되지 말고 남은 임기 동안 여수MBC라는 건실한 나무가 올곧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결책을 고민하고 실천하라그리고 그 시기는 빨라야 한다지난 4년의 의미 없는 색깔로 다시 한번 2025년을 덧입힌다면 우리는 과감히 그 색깔을 벗어던지고 담대하게 응대할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

 

2024년 1월 6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여수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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