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들에 대한 존중 없는 경영진을 규탄한다
심히 유감이다. 어제 진행된 2024년도 제3차 노사협의회에서 사측은 조합의 목소리를 귀 기울이려 하지 않았다. 해법을 찾기 위한 고민도 보이지 않았다. 근로자 대표의 어떤 요구도 수용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정해놓은 채, 납득하기 어려운 억지 논리까지 끌어댔다. 과연 조합을 교섭의 상대방으로 인정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노사협 안건인데 일방 진행, 수요조사는 요식행위?
지난달 24일, 조합은 이번 노사협 안건을 사측에 전달하고 협의를 요청했다. 이 중에는 비상 경영을 이유로 폐지됐다가 일부 복구된 창사기념 쌀 지급을 기존 80kg으로 복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런데 사측은 지난달 31일, 사내 그룹웨어를 통해 쌀 지급을 위한 배송지 입력을 공지했다. 양은 40kg 그대로였다. ‘쌀 지급 확대’가 노사협 안건임을 알고도 일방적으로 공지를 강행한 것이다. 노사협을 불과 나흘 앞두고였다. 이에 조합은 다음날 공문을 통해 유감을 표하고, 절차 중단을 요청했지만, 사측은 공문에 대해 답변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결론을 정해놨다 해도 조합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은 보일 수 있었지만, 사측은 그런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어제 노사협에서도 사측은 비용 문제로 올해 쌀 지급량을 늘리는 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번 늘리면 다시 줄이기도 어려워 앞으로도 증량은 쉽지 않다는 태도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조합은 지난 8월 2차 노사협에서 출퇴근 시간 DMC역과 회사를 오가는 셔틀버스 운행을 요청했다. 점점 길어지는 혹서기와 혹한기, 출근하느라 지쳐버리는 구성원들의 요구를 대신 전한 것이다. 업무능률 향상,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뿐더러, 크지 않은 예산으로 구성원들에게는 회사의 배려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라 판단했다. 그러나 사측은 필요성 자체에 이견을 표했고, 격론 끝에 일단 수요조사부터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수요조사 결과, 응답자의 70%가량인 340여 명이 셔틀버스 이용 의사를 밝혔다. 상당수 수요가 확인됐으니 이번 노사협에서는 구체적인 운용방안을 논의하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사측은 “이용하지 않겠다”라고 밝힌 30%에 방점을 찍더니, 특정 구성원들만 혜택을 보는 ‘선택적 복지’라며 도입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교통 보조금을 받으며 셔틀버스까지 이용하는 것은 ‘이중 지원’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럴 거면 수요조사는 왜 한 거냐는 반박에 대한 답변은 더 가관이었다. “애초에 도입할 생각이 없었지만, 조합을 존중해 수요조사는 진행했던 것”이라는 말이었다. 응답자 70%의 요구를 제멋대로 해석하는 것도 어처구니없지만, 요식행위로 수요조사를 진행했다는 것은 조합과 구성원들에 대한 기만이자 조롱이다.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태다.
모든 요구에 “NO”… 이제라도 성심껏 교섭에 임하라
이 외에도 조합은 이번 노사협에서 △전문직의 일반직 전환 확대 △포상휴가 제도 신설 △건강검진비용 현실화 △동계근무복 지원을 제안했다. 회사의 경영 상황 등을 고려해 큰 비용이 들지 않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추리고 추린 아이디어들이었다. 위태로운 외부 환경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MBC를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한 구성원들이 우리의 권리로써 당당히 주장할 수 있는 것이었다. 안건별 총액도 적게는 1억 원, 많아야 8, 9억 원도 들지 않는 수준이었다. 막무가내로 일시에 다 받아들이라 주장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사측은 ‘선택적 복지’를, ‘비용’을, ‘일정’을 이유 삼아 거부했다. 뭐가 됐든 결국 비용이 발생하고, 경영 수지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였다. 구성원들을 위해 성의껏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든 작은 결실이라도 맺어보려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 위원은 노사협에서 이런 안건들을 왜 논의해야 하냐는 반응까지 보였다. 메아리 없는 외침, 불통(不通)이다.
사측의 이런 태도는 올해 앞선 노사협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사내 대출금 확대, 직급별 업무추진비 복원, 사내 체육시설 설치 등에 대해 모두 난색을 표했다. 2024년 임금협상도 마찬가지다. 현재 실무협상 차원의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인데, 사측에서는 실무협상이 불필요하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어차피 조합의 요구를 받아들일 뜻이 없는데, 실무협상에서 굳이 시간을 끌 필요가 있냐는 의중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노사가 무거운 책임감으로 진지하게 교섭에 임하고, 이를 통해 발전적인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교섭의 기본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모습이었다.
MBC 구성원들은 그동안 회사의 경영 상황을 함께 고민하며, 인내하고 또 희생해왔다. 실질적으로 퇴보하고 있는 임금과 근로조건 속에서도 강한 주인의식을 바탕으로 공영방송 MBC를 지켜왔다. 그런데 그 인내와 희생이 마치 당연한 양, 최소한의 근로조건 개선 요구마저 철없는 응석 정도로 치부하는 것에 조합은 강한 유감을 표한다. 구성원들의 일방적인 양보만으로 재무제표 상 흑자를 기록한다면, 그것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흑자인가. 조합은 분명히 요구한다. 구성원들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 사측은 이제라도 성심을 다해 교섭에 임하라. 지금과 같이 무성의한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조합은 무의미한 ‘교섭’을 구걸할 생각이 없다.
2024년 11월 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서울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