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곤 사장은 단체협약이 그리 우스운가
벌써 한 달이다. 지난달 17일, 광주MBC 보도본부 소속 12명 중 보직자 2명을 제외한 9명이 기명으로 발의한 보도본부장 중간평가에 대해 김낙곤 사장은 여태까지 뭉개기로 일관하고 있다. 단체협약과 광주지부 보충협약에 따르면 중간평가가 발의될 경우 ‘7일 이내’에 투표를 시행해야 함에도, 온갖 이유를 들며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공정방송을 위한 역사적인 투쟁의 성과로서 노사가 합의해 단체협약에 규정한 중간평가제도를, 과거 적폐들과 다름 아닌 논리로 짓밟고 있는 작금의 행태에 대해 조합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재론의 여지없이, 중간평가는 국장 임명동의제와 함께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핵심 제도이다. 단체협약 제26조 3항은 “편성, 보도, 제작 담당 보직국장 보임 후 6개월이 지나고 해당국 재적 투표권자의 과반이 기명으로 중간평가를 발의할 경우, 중간평가를 실시해야 합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문자 그대로 강제 규정이다. 하지만 김낙곤 사장은 절차에 맞게 중간평가를 기명 발의했음에도 “단협의 취지에 맞는지와 인사권과의 관계를 검토 중”이라면서, 되레 발의 이유와 적정성 등을 밝히라 요구했다. 조합은 사태를 위중하게 보고 본부 차원에서 공문을 보내 중간평가를 즉각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김 사장은 “공정방송에 해당하는 사유와 근거로 시행돼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본사와 지역사를 통틀어서도 매우 이례적으로 실시되는 사례여서 대내외적으로 주목을 많이 받고 있는 만큼, 내용을 엄정하게 따지고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실위나 공정방송협의회 등의 절차는 거쳤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 사장의 이런 태도는 중간평가 제도의 취지와 그 역사성에 대한 무지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공정방송 실현을 위해 힘들게 쌓아올린 결실들을 ‘인사권 침해’ 운운하며 폄훼하고 무력화하려는 불공정세력의 논리를 답습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단체협약상의 강제 규정을 그것이 아닌 양 마음대로 해석하는 것만으로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지만, 백번 양보해 발의의 적절성을 판단한다고 할지라도 그 판단주체는 절대 ‘사장’이 될 수 없다. 사장이 ‘발의 사유가 안 된다’고 하면 중간평가를 할 수 없게 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과연 어떤 사장이 공정방송을 훼손했다고 순순히 인정하고 중간평가를 실시할 것이란 말인가. 사장 마음대로 실시 여부를 결정하는 유명무실한 제도를 만들고자 그 오랜 시간 피와 눈물을 흘리며 싸워왔다는 말인가.
기실 보도책임자 등이 공정방송을 저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보도 구성원들만이 할 수 있다. 구성원 대다수가 본인들의 이름을 걸고 보도책임자의 중간평가를 요구한다는 것은 그것 자체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의미이다. 그 문제제기를 민실위를 통하든, 공방협을 거치든 그것은 김 사장이 가타부타 관여할 일이 전혀 아니다. 공정방송에 대한 문제가 없다고 자신한다면 중간평가를 통해 재신임을 받으면 될 일이다. 하물며 보도 구성원들은 김 사장의 요구대로 제작 자율성 침해 등 중간평가 발의 사유를 서면으로 전달했으나, 김 사장은 여전히 묵살하고 있다. 결국 발의 사유의 적절성, 절차적 정당성 등 그럴 듯한 말장난으로 시간을 끌 뿐, 결론은 중간평가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며, 단체협약을 한없이 우습게 여기는 태도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김낙곤 사장은 이미 단체협약을 위반했다. 그것도 단체협약의 가장 핵심적인 조항인 중간평가 제도를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치욕스런 MBC의 역사를 반복할 수 없는 우리는 김 사장의 이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절대 묵과할 수 없다. 아직도 ‘대충 뭉개면 포기하겠지’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며, 그것을 깨닫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2025년 3월 1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