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1일 본사게시판에 ‘언론노조 MBC본부의 7월 6일 특보에 대해 사실을 밝힙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보도본부 명의로 올라왔습니다.
강성 언론노조원들이 사내 약자(?)인 경력사원들을 집단 괴롭힘 내지 무시해왔다는 구구절절한 주장부터, 인권유린이라는 단어까지… 글을 쓴 ‘보도본부’가 보도본부 내의 누군지 모르겠지만, 사원들의 감정과 인간관계까지 헤아리는 세심함에 감탄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세심함으로 왜 해고나 부당전보를 당하고 제작권을 박탈당한 기존 사원들의 절규는 듣지 못하는 것입니까? 파업에 참가했거나 게시판에 글을 썼거나 사측에 반대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자리를 빼앗기고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는 부서를 전전하며 보내온 사원들의 시간은 누가 보상해 준단 말입니까? 직장에서 생길 수 있는 가장 큰 인권유린의 피해자들을 도리어 가해자로 둔갑시키는 행태를 멈추십시오. 이를 조사하는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마저 정치 권력의 의도된 수단으로 폄하하는 상황에서, 그런 역지사지가 가능이나 할지 의문이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이 글의 중간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 소속 노조나 지향은 다를지 몰라도, MBC를 정치선동의 도구로 삼고 김대업이나 광우병 보도처럼 국민을 속이는 방송을 다시 하자는 요구에는 한뜻으로 거부하는 것으로 믿습니다. …”
상식적인 판단으로 여기서의 ‘광우병 보도’는 <PD수첩>이 2008년 4월 29일 방송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을 뜻할 겁니다.
2011년 대법원은 해당 방송 제작진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 PD수첩>의 광우병 취재가 (보도본부의 표현대로) 국민을 고의로 ‘속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먹거리 안전에 대한 공익적 취지의 문제 제기였음을 인정한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 회사는 대법원의 판결 취지를 완전히 무시하고 방송 내용 중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는 판결문의 일정 부분만을 강조하면서 일방적인 사과방송을 강행했습니다. 보도본부가 제작하는 <뉴스데스크>를 통해서였습니다. 이를 토대로 제작진에 대한 징계가 이어졌지만, 제작진은 징계 무효 소송에서도 연이어 승소했습니다. 회사가 그토록 좋아하는 법적 질서를 통해, <PD수첩>의 광우병에 대한 문제제기가 언론의 당연한 사명이었으며 제작진은 그 사명에 충실했을 뿐임이 증명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시 묻습니다. 보도본부는 왜 이와 같은 법적 사실을 부인하고 <PD수첩>의 광우병 보도가 국민을 속이는 방송이었다는 극언을 서슴지 않는 것입니까? 자기 본부의 사례를 드는 것이 낯 뜨거워 타 부서와 제작진의 명예를 실추시키면서까지 하고자 하는 말을 한 것입니까? 아니면 사법부의 판결조차 부정하고, 김재철 사장 당시의 어이없는 사과와 징계가 정당했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입니까? 이런 주장에 보도본부 구성원 전체가 동의하기는 하는 것입니까?
정도(正道)를 지키십시오. 보도본부가 <PD수첩>을 매도할 자격이 있는지부터 먼저 생각해 보십시오. 그리고 ‘보도본부’라는 애매한 조직명 뒤에 숨지 마십시오. 밑에 쓴 이근행 PD의 말처럼 ‘한 글자 한 글자가 역사의 증거가 되고 곧 책임을 져야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현직 <PD수첩> PD들은 이름을 밝힙니다.
2017년 7월 12일
강효임 김현기 서정문 이영백 장호기 조윤미 조진영 최원준 황순규 (가나다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