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 37 ] !

얼마 전 우리는 낯익은 얼굴을 TV 뉴스에서 발견했다. 한때 공영방송 MBC의 수장 이었던, 국민들로부터 가장 사랑 받았던 언론사의 사장이었던 사람이다. 그는 권력의 부스러기를 탐하며 홍준표 전 대통령 후보의 유세현장을 기웃 거렸다. 우리 모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구차하기 이를 데가 없는 모습으로 저러려고 국민의 방송을 지금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어 놓았는가. 우리는 도대체 어떠한 존재와 싸워 왔던 것인가....

[ 44 ]

‘하나의 유령이 보도국을 떠돌고 있다. 김장겸이라는 유령이.’ 지난 5년 세월 동안 보도국 기자 그 누가 김장겸 사장과 마주하고 제대로 대화다운 대화, 토론다운 토론을 해봤을까. 실로 그는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유령이었다. 하지만 그 기간 김장겸 사장은 ‘보도 책임자’라는 직함을 달고 정치부와 보도국장실에서, 건물 맨 위층 본부장실에서, 그 바로 옆 사장실에서, 기자와 보도에 대한 전권을 휘두르며 군림해 왔다. 그리고 그는...

[ 42 ]

김장겸 사장의 퇴진을 강력히 촉구한다. 사장의 약력이다. 2011년 2월 보도국 정치부장 2013년 5월 보도국장 2015년 2월 보도본부장 2017년 2월 MBC 대표이사 선임. 정확히 그가 꽃길을 걷는 동안, MBC는 몰락했다. 먼저 기본과 원칙을 세우는데 실패했다. 뉴스의 기본은 팩트다. 원칙은 불편부당한 사실 관계 확인이다. 다층적으로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엇갈리는 주장들을 서로 탄핵하게 해 합리적인 핵심을 골라내는 일이다....

[ 33 ]

김장겸 사장은 물러나라. 당신은 수없는 보도국 기자들의 팔다리를 잘라냈다. 그 입을 틀어막았다. 최소한의 직업윤리를 지키려는 기자의 목에는 여지없이 칼을 들이댔다. 회사가 수십 년에 걸쳐 키워낸 인적 자산과 조직을 송두리째 파괴했다. 당신이 폐허로 만든 보도국에 회사의 돈으로 고용한 당신의 사병을 채워 넣었다. 보도국을 사유화한 뒤 철저히 유린했다. 당신은 그렇게 탈취한 MBC 뉴스로 자식 잃은 부모의 통곡을...

[ 43 ]

“마지막까지 사실확인을 하겠습니다” 김장겸 사장이 취임한 이후 뉴스가 시작되기 전이면, 위의 문구가 담겨있는 스팟 영상이 방송된다. 저널리즘의 기본이라는 철저한 사실 확인. 기자라면 마땅히 새겨야 할 원칙이다. 그런데 이를 영상으로 볼 때마다 우리는 부끄럽다. 지금의 MBC에는 과분한 얘기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축소와 누락으로, 있는 사실조차 외면하는 뉴스가 마지막까지 무엇을 확인한다는 것인가? 마땅히 다뤄야 할 사실이 사라진 자리는 정치적으로 입맛에 맞는 내용들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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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주장이 있는 건 어쨌든 사실이지 않냐 MBC에 들어와서 가장 많이 들어본 말 중 하나입니다. 뉴스에서 다루지 않아도 되고, 기사에 굳이 안넣어도 되는 내용인데도, 그걸 기어코 총을 쏘고 리포트 안에 끼워넣으면서 윗분들은 저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 주장이 있는건 팩트인데, 그걸 쓰는게 뭐가 잘못된거냐 세월호 유족을 비하할 때도, 태블릿 PC를 의심할 때도, 박원순 아들 병역 의혹을 제기할...

[ 34 ]

지난 2012년 파업이후 MBC 뉴스는 정치적 편향 보도로 점철돼 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18대 대선에선 ‘안철수 논문 표절 보도’를 필두로 노골적인 박근혜 편들기 뉴스로 일관하다가 방송학회로부터 역대 최악의 대선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총선보도에서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지지율이 오차범위 안 인데도 “새누리당 후보가 소폭 앞선다”며 기본적인 심의 규정마저 위반해 제재를 받았다.  심지어 세월호 참사보도에 대해서도 자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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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 보도! 왜곡된 보도영상! 김장겸은 책임지고 사퇴하라! 보도영상 조직 복원하라 ! MBC 영상기자회는 19대 대선기간 동안 MBC 기자협회와 함께 대선 모니터 감시단을 운영했다. 그 결과 MBC뉴스가 공정하지 않은 영상보도 행태를 보이고 특정 후보에 대해 지속적으로 편파 보도했음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5월 29일 보도국은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 “인터뷰 왜곡과 악의적 영상편집이 자행됐다는 주장 또한 말이 되지 않는다. 대선 후보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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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세지감 隔世之感, 아주 바뀐 세상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말합니다. 입사 이후 어느덧 만 9년을 향해 가고 있는 기자들의 입에서 습관처럼 터져나오는 말입니다. 10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그 때의 보도국의 풍경은 지금과 아주 달랐습니다. 하나라도 더 취재하고 기사에 반영하고 때로는 치열하게 싸우면서도 취재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사람들은 MBC의 보도에 대해 때로는 격려를, 때로는 매서운 비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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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 김장겸 사장이 임원회의에서 “강한 야당방송이 되겠다”고 천명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임원회의에서 간만에 나온 ‘말 같은 말’임에도, 순간 실소가 터졌다. 이왕이면 그 이야기가 김장겸 사장 취임 직후 나왔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아니, MBC를 제외한 모든 언론이 박근혜 정권의 비리와 오류, 무능에 대해 맹렬하게 보도했던 지난 해 하반기에, 300여명의 목숨이 진도 앞바다에 수장됐던 20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