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잘 들어” 이것이 윤석열 정권의 언론관이다
말 그대로 경악을 금치 못할 발언이다.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어제 출입기자들과 함께 한 점심 자리에서 “MBC는 잘 들어”라며 충격적인 말들을 쏟아냈다. 황 수석은 자신이 정보사령부를 나왔다며, “1988년에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 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정보사에서 2명이 미행하면서 벌인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정부에 비판적인 논조로 기사 쓰고 했던 게 문제가 됐다는 취지로 말했다. 한 기자가 ‘왜 섬뜩하게 MBC에게 잘 들으라고 하느냐’고 묻자 황 수석은 그제야 ‘농담’이라고 얼버무렸다. 그리고 “정보보고하지 말라”는 말을 덧붙였다.
황 수석이 언급한 사건은 이른바 ‘정보사 회칼 테러’로 불리는 끔찍한 언론인 테러 사건이다. 당시 경제신문 사회부장 오모 기자는 집 앞에서 군 정보사령부 소속 현역 군인들로부터 회칼로 습격당했다. 허벅지가 깊이 4cm, 길이 30cm 이상 찢어지는 중상을 입었다. 군사정권 시절 오 기자의 칼럼에 불만을 품은 군이 저지른 명백한 국가폭력이자 테러였다.
황 수석은 ‘농담’을 가장하고 있지만, 발언의 형식도, 그 내용도 뒤늦게 ‘농담’이라고 눙칠 성격이 결코 아니다. 대통령실의 시민사회수석이 굳이 “MBC는 잘 들어”라며 명확히 대상을 정하고 한 말이다. 윤석열 정권의 시선에서 봤을 때 MBC가 오홍근 기자와 겹쳤기 때문일 것이며, 당시 오 기자가 군에 의해 ‘회칼 테러’를 당했던 것처럼 MBC 역시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계속하면 극단적으로 응징당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보낸 것이다. 메신저가 황 수석이었을 뿐, MBC를 향한 윤석열 정권 차원의 공식적 테러 협박으로밖에 볼 수 없다.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MBC 기자들은 정권 비판적 보도나 권력의 감시자 역할을 수행할 때마다 극우세력들의 좌표로 찍히며, 온갖 협박에 노출돼왔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과정에서 “무엇이 악의적이냐”는 질문을 대통령의 뒤통수에 던졌다는 이유로 해당 기자는 실제 살해 협박까지 받았고, 한동안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아야 했다. ‘바이든-날리면’ 관련 보도를 했던 기자는 무분별한 사이버 공격에 가족들의 신상까지 털리며 극심한 공포에 시달렸다. KBS 기자 출신으로 메인 앵커까지 맡았던 황상무 수석이 이 같은 기자들의 트라우마를 모를 리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이를 결코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윤석열 정권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잘못을 저질러놓고, 이를 지적하는 언론을 탓하는 못난 버릇을 일관되게 보여 왔다. 특히 최근 MBC가 단독 보도한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논란은 정권 입장에서 매우 불편한 보도였을 것이다. 윤석열 정권은 이번에도 반성이나 시정 대신 또다시 MBC 탓으로 돌리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공수처와 야당 그리고 좌파 언론이 결탁한 정치 공작’이란 전형적인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황 수석의 ‘회칼 테러 사건’ 언급은 단순히 황 수석의 개인적 실언으로 치부할 수 없다. 이것이 윤석열 정권의 언론관이고, MBC를 바라보는 시선이며, 향후 MBC에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다는 겁박이다. ‘권력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하고 있는 MBC가 정권에게는 하루빨리 장악하거나 없애버려야 할 대상임을 다시 한 번 공개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잘 들어라.” 당장 황상무 수석을 해임하고, 직접 사과하라. 국민의 입을 틀어막고, 언론의 목을 조이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2024년 대한민국은 수십 년 전 군사독재 시대와 다를 바 없는 윤석열 정권의 폭력적 행태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2024년 03월 1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