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청문회는 언론자유 회복의 첫 걸음
김재철·안광한 체제의 MBC 경영진이 드디어 국회 청문회장에 서게 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어제 전체회의를 열어 MBC 경영진의 부당노동행위 전반에 대한 청문회를 오는 24일 개최하기로 의결했다. 안광한 사장과 권재홍 부사장,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 김장겸 보도본부장, 문철호 부산MBC 사장, 이진숙 대전MBC 사장, 최기화 보도국장, 송병희 경영인프라국장 등 8명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정영하 전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장과 불법 해고된 최승호 PD 등 11명은 참고인으로 지정됐다.
우리는 국회의 청문회 개최 결정을 환영한다. 늦었지만 다행스럽다. 지난 2012년 파업 이후 MBC 경영진은 무소불위로 노동조합 탄압을 자행했다. 파업 참가자에 대한 보복성 해고와 징계, 대규모 부당 전보, 조합과 집행부를 겨눈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 단체협약의 일방적 해지…. 이후 진행된 조합 혹은 조합원과의 소송에서 사측은 잇따라 패했지만 불복하고 무시했다. 그러나 법원은 방송 노동자의 기본 근로 조건이 ‘공정방송’임을 일관되게 인정했다.
이번 청문회는 MBC의 무너진 공영성을 다시 세우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잇단 보도 참사를 일으키고 노조를 탄압한 주체가 누구인지, 또 배후가 누구였는지 밝혀져야 한다. MBC의 관리 감독 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는 물론, 청와대를 비롯한 권부 핵심도 모든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KBS의 경우 세월호 참사 당시 보도를 이끌었던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폭로로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정권의 음모가 빙산의 일각을 드러낸 바 있다.
따라서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된 MBC 경영진은 전원 출석해 국회의 진상 규명 노력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김장겸 보도본부장과 최기화 보도국장은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보도에 앞장서며 MBC 뉴스의 권위와 신뢰를 추락시켰다.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과 송병희 경영인프라국장은 불법 해고와 부당 징계 등 인사 농단을 저지르고 노조와의 단체협약 공백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문철호 부산MBC 사장은 2012년 당시 보도국장으로 불공정보도를 이끌어 파업의 원인을 제공했고, 이진숙 대전MBC 사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보도본부장으로서 기자들을 대량 징계하고 부당 전보했다. 안광한 사장과 권재홍 부사장은 이 모든 불법과 파행을 총 지휘했다. 현행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이 국회에 불출석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청문회 개최와 별도로 국회 환노위는 지난해 국정감사 증인 출석 요구에 불응한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을 고발하기로 했다. 이번에 다시 증인으로 채택된 백 본부장은 반드시 출석해 그간의 죄상을 밝혀야 한다. 그는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녹취록 파문’의 장본인이다. 공영방송의 고위 임원으로서 극우 성향의 군소매체 관계자들을 은밀히 만나 ‘불법 해고’와 ‘부당 노동행위’를 스스로 실토했다. 그래 놓고도 국정감사 출석 요구를 무시하며 “법리(法理)의 문제인지 증거(證據)의 문제인지에 관하여 전문지식이 없는 법률 비전문가의 입장에서 개인적 견해를 언급한 것”이라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더욱이 “언론의 자유와 독립에 대한 침해가 우려돼 출석할 수 없다”는 후안무치를 드러내기도 했다. 백 본부장은 김재철 사장 시절 편성제작본부장으로, 현 안광한 체제에서는 미래전략본부장으로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파괴한 장본인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한국 민주주의는 짓밟혔고 언론 자유는 퇴행했다. MBC의 몰락은 그 참상의 한 복판에 서 있다. 국회의 이번 ‘MBC 청문회’ 개최 결정은 언론자유와 공정방송 회복의 시대적 요구이다. 어제 백종문 본부장에 대한 고발이 의결되자 환노위 소속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은 회의 도중 집단 퇴장했다. 출석 요구에 불응하며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 권위를 무시한 증인을 비호하는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
오늘의 국정 농단 사태를 부른 주역은 정론과 비판의 사명을 스스로 내던진 언론이다. 국민의 자산인 공영방송을 통째로 정권에 들어 바친 MBC 경영진의 책임은 누구보다 크다. 이번 청문회는 MBC 정상화와 언론 자유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국회는 더 나아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언론장악 방지법’ 통과에도 적극 나설 것을 요구한다.
2017년 2월 1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