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장에게 필요한 건 단호한 의지다>
향후 MBC를 이끌어 갈 수장이 내정된 이때, 우리 기자들은 기대와 희망 대신 우려에서 비롯된 고언을 먼저 하려 한다. 그만큼 MBC를 둘러싼 상황은 엄중하고 기자들이 느끼는 위기의식은 심각하다. 보도 부문과 관련해 사장 선임 절차에서 보여준 안형준 내정자의 말보다 더 중요한 건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어떻게든 지켜내겠다는 의지다.
안 내정자는 선임 과정 내내 줄곧 팩트를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저널리즘의 기본 요건은 팩트다. 팩트에 충실한 보도로 공정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상도 원론적으로 동의한다. 사실 그 너머의 실체적 진실을 세심하게 짚어보겠다는 뜻으로 우리는 이해한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건 ‘가짜 뉴스’와 ‘진짜 뉴스’를 제멋대로 재단하는 현 정부 여당의 언론관이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그들은 팩트에 기반한 보도에도 불구하고 MBC를 ‘가짜 뉴스’의 진원지로 낙인찍고 있다. ‘팩트’를 제시해도 ‘팩트가 아니’라고 우기는 권력 앞에서 우리 기자들은 늘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내정자가 강조하는 ‘팩트’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지금 MBC에 필요한 건 ‘팩트’를 ‘팩트’라고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용기와 의지를 가진 수장이다.
내정자는 과거 경험을 사례로 들며 부당하게 보도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기계적 중립성에서 탈피해 약자에게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는 취재와 보도를 공언했다. 단지 MBC 사장이란 자리에 오르기 위해 그럴듯하게 포장한 말이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한 개인으로서의 소신과 공영방송 MBC 사장으로서의 철학은 그 무게감이 다르다. 시민평가단 앞에서 공언했던 한 마디 한 마디가 곧 시청자와 국민 앞의 약속이다.
지켜볼 것이다. 공영방송의 가치와 존재 이유가 곳곳에서 위협을 받는 지금, MBC를 이끌어갈 수장에게 필요한 건 ‘말의 성찬’이 아닌 ‘단호한 의지’다. 혹여 한낱 자리보전을 위해 권력과 타협하거나 저널리즘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체의 시도가 자행된다면 기자들은 늘 그래왔듯 단호히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2023년 2월 21일
MBC 기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