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지지하며…″우리들의 PD수첩을 다시 보고싶다″
PD수첩 제작진이 제작 거부에 돌입했다. 지난 수 년간 양심과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는 통제에도 불구하고 PD수첩이 수행해 온 사회적 역할을 포기할 수 없어 치욕을 참아가며 일해온 PD들이다. 이들을 제작 현장에서 내 몬 당사자는 누구인가?
제작 거부의 도화선이 된 ‘노동‘ 아이템을 불발시킨 이유에 대해 조창호 시사제작국장은 “PD가 민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조 소속이므로 이해 당사자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등의 문제를 다루는 건 방송법에 저촉된다“고 했다.
귀를 의심했다. 무슨 해괴망측한 궤변인가. PD나 기자가 노조원이라 노동 문제를 다룰 수 없다는 얘기인데 언론 종사자에 대한 인식 수준을 고스란히 고백한다. 공영방송 시사프로그램 책임자의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조 국장의 발언은 노동조합에 대한 악의적 적대감에 기반한 망언이자 이 땅의 모든 언론 노동자들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다. 나아가 몸에 익은 노동 탄압의 관성에서 나온 부당노동행위의 자백이다.
경영진들은 거울을 봐라. 방송법에 규정된 ‘이해당사자‘ 운운하기 전에 그 동안 자행해온 언론 사유화의 전력을 뒤져봐라. MBC 뉴스를 사장 또는 경영진의 애완용 앵무새로 전락시킨 게 누구인가?
그동안 부당 징계와 전보 등 셀 수 없는 노동법 위반 행위가 자행돼 온 MBC에 대해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를 ‘언론장악 시도‘라고 왜곡하며 뉴스데스크에서 수차례 핏대를 세운 게 누구인가? MBC에 대한 국회 청문회 논의를 ‘노조와 야합한 공영방송 흔들기‘로 규정하는가 하면 ‘언론 부역자 명단‘ 발표 등 시민 사회의 비판에 대해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빌려 일방적으로 매도한 ‘이해당사자‘는 누구인가.
진정 방송법을 위반하고 있는 범법자들은 누구인가? 제 몸 하나 지키기 위해 공영방송의 뉴스를 한몸처럼 부렸던 이들이 감히 ‘이해당사자’라는 말을 꺼낸단 말인가.
이번 사태가 단지 PD수첩만의 문제, PD들만의 문제이겠는가?
조 국장은 ‘세월호 1073일만의 인양‘ 편을 준비하던 2580 기자에게 인양 지연을 비판한 인터뷰를 삭제하라거나 기사에서 ‘진실‘이란 단어를 빼라고 지시한 장본인이다. 아이템 선정부터 반복적 기사 수정까지, 지난 수년간 이뤄진 일상적인 보도 통제와 검열로, 대표적 시사프로그램인 2580 역시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뉴스데스크는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청문회를 다루며 PD수첩이 마치 광우병과 관련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사회 혼란을 부추긴 것처럼 보도했다. 대법원이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르지만 보도의 공익성이 인정돼 허위 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은 무죄“라고 최종 판단한 사안에 대해 일방적인 ‘거짓‘ 딱지를 붙인 것이다.
그깟 ‘자리 보전‘을 위해 자사 PD들의 땀과 열정으로 지탱해 온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누워서 침뱉기‘식 비난마저 서슴치 않는 경영진의 행태에 우리는 참담함을 금치 못한다. 아울러 보도본부 기자들 어느 누구도 사전에 알지 못한 정체 불명의 ‘보도본부 성명‘을 통해 PD수첩을 매도한 경영진의 비겁함과 비열함에 또 한번 분노한다.
제작 현장에서 떠난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을 수반하는 것인지 짐작할 수 있기에, 우리 기자들은 PD수첩 제작진들의 용기있는 결정을 고개 숙여 지지한다. 또 그동안 보도국 안팎에서 흘려보낸 무기력한 굴욕의 시간을 통렬히 반성하며, 무너져버린 공영방송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되찾아오는 길에 기꺼이 함께할 준비가 돼있음을 밝힌다. 아울러 조창호 시사제작국장과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은 MBC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먹칠을 멈추고 스스로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 당신들 앞에 놓인 길은 즉각 사퇴냐, 김장겸 사장과 함께 쫓겨나느냐 두 갈래일 뿐이다.
2017년 7월 25일 MBC 기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