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리기 위해 방송 현장이 아닌 거리에서 투쟁했던 지난날. 14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만큼 눈앞에 여전히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권력, 그 권력과 내통해 공영방송을 팔아넘긴 경영진과의 길고 긴 싸움 속에 많은 구성원들은 고통을 감내해야 했고, 처참하게 파괴되어 가는 MBC를 지켜봐야 했다.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5년 전 우리는 파업 이후 ‘MBC 재건’을 위해 쉼 없이 달려왔고, 공영방송 MBC의 주인은 국민이기에 만나면 좋은 친구로 다시 돌아가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한 마지막 과정이다.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투병 중이던 이용마 기자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법적 장치를 확실히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았고,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았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이번이 마지막이다
“정치권력이 언론을 장악하면 진실이 은폐된다며 정권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언론개혁의 핵심이며, 이는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의 명령”이라는 故 이용마 기자의 정신에 따라 우리는 지난 5년 동안 지배구조 개선을 끊임없이 요구했고, 지난한 투쟁을 전개해왔다. 그리고 오늘 더불어민주당이 공영방송 이사회와 사장 선출 방식을 25명의 운영위원회 중심으로 바꾸는 법 개정안을 171명 의원 전원의 서명과 함께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공영방송의 사장 선출에 국민이 직접 참여해 선출토록 하는 민주당의 기존 안과 차이가 있다. MBC의 경우 현재 9명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를 공영방송운영위원회로 바꾸고 인원도 25명으로 늘려 다양화했지만, 국회 추천을 명문화해 정치적 후견주의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했다. 사장 선출에 있어서 ‘시청자사장추천평가위원회’가 복수의 사장 후보자를 추천토록 해 시민참여를 명문화했지만, 운영위 특별다수제 부결에 따른 공론조사 방식에 대해선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개정안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와 MBC 사장 선임 과정에서 정치적 입김은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는 우리의 원칙과 국민의 공영방송, 어느 정권에도 휘둘리지 않는 독립성이 보장된 공영방송이 되고자 하는 우리의 염원을 다 담아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공영방송 사장 선출 과정에서 정치권의 개입을 축소하고 ‘시청자사장추천평가위원회’를 통해 공영방송의 통제권을 주인인 국민에게 돌려주려고 노력한 점에서 우리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본다.
우리는 지난 세월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여러 번 공언해왔던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새 정부 출범 십여 일을 앞두고서야 당론으로 발의한 데 대해 여전히 실망스럽다. 다만, 171명 의원 전원의 서명을 받은 만큼 이번이 정치적 기득권을 스스로 내려놓고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의 명령을 실천하는 마지막 기회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아울러, 국민 앞에서는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강조하면서 뒤로는 집권 뒤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적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 하는 국민의힘에게도 강력히 경고한다. 공영방송 장악에 대한 욕망을 드러낼 경우 우리는 “MBC를 국민의 품으로” 온전히 돌려놓기 위해 늘 그래왔듯 당당하게 맞서 싸울 것이다.
2022년 4월 2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