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MBC 총파업 당시 ‘취재기자 블랙리스트’ 작성 당사자인 보도국장 황헌이 24일 예정된 인사위원회 직전인 21일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자신이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모면하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경영진은 황 씨의 사표를 신속하게 수리했다.
조합 취재에 따르면 황헌은 보도국장으로 있던 2012년 2월, 당시 총파업에 참가한 기자 24명의 명단을 유형별로 정리해 권재홍 당시 보도본부장에게 보고했다.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블랙리스트, ‘취재기자 블랙리스트’가 감사 결과 드러난 것이다. 황헌은 이 문건에서 권재홍을 형이라고 부르며 “형과 제가 이 힘든 싸움을 보람 있게 끝맺자“, “반드시 일벌백계해야 할 대상들“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한다.
블랙리스트는 한 차례로 그치지 않았다. 황헌은 파업 막바지인 2012년 7월에도 파업에 참가한 기자 66명의 명단을 작성하고 “최우선 보도부문 배제 대상 리스트”, “간부급 사원들 처리 방안” 등으로 분류해 권재홍에게 보고했다. 2차 블랙리스트였다. 이 문건은 실제로 그해 7월 18일자 인사발령에서 그대로 실행됐다. 신천교육대, 경인지사, 미래전략실, 용인드라미아, 신사옥건설국 등 온갖 유배지로의 부당 전보가 여기서 잉태됐다. 사법부가 인정한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였다.
황헌은 방송독립을 침해하고 제작자율성을 말살한 공정방송 파괴의 종범이었다. 이명박 청와대와 국정원, 김재철, 안광한, 김장겸의 충실한 하수인이었다. 해고가 마땅한 중대한 사규 위반 행위이자 형사처벌까지 가능한 범죄행위이지만, 사측은 징계도 없이 황헌의 사표를 그대로 수리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조합 취재결과 황헌은 2012년 파업 당시의 불법 대체인력 채용과 그 이후의 경력직 채용 과정에서도 사규를 위반하고 각종 불법 비리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감사결과 드러났다. 24일 예정된 인사위원회에는 황헌 외에도 불법 채용과 채용 비리를 저지른 오정환, 조규승, 김수정 등 당시 채용 책임자들과, 채용 과정에서 허위 경력을 제출하거나 비리를 저지른 이른바 ‘시용기자’ 4명도 함께 회부됐다.
2012년 파업 기간 김재철은 43명의 파업 대체인력을 이른바 ‘시용’이라는 이름으로 채용해, 파업 참가자들이 하던 업무에 투입했다. 노동법이 금지하고 있는 명백한 불법 행위였다. 파업 이후 백 명이 넘는 기자, 피디, 아나운서들이 방송장악에 저항하고 파업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현장에서 쫒겨나 해고 또는 유배됐다.
적폐 경영진은 이후 신입사원 공채를 중단했고, 특히 보도보문의 경우 경력기자 채용과정에서 사상검증, 노조 불가입 요구 등 불법행위를 자행했다. 이렇게 채용된 시용과 경력기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세월호 사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건 등에서 각종 편파 왜곡보도에 동원됐다. 이 불법적인 채용은 지금까지도 MBC에 큰 짐으로 남아 있다.
이번 인사위원회는 중대 고비가 될 것이다. MBC가 과거의 불법, 범죄행위에 대한 단호한 청산으로 어두운 과거를 끊어내고, 다시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해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 전 구성원과 시청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조합은 요구한다. 사측은 2012년 파업 대체인력의 불법 채용과 이후 채용과정에서의 비리에 대한 조사결과를 숨김 없이 모두 공개하라. 황헌이 두 차례에 걸쳐 작성한 블랙리스트의 실체와 감사 결과를 모두 공개하라. 책임자에게는 응분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라. 진실을 밝히고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은, 방송장악의 불행한 역사를 청산하고 MBC가 신뢰받는 공영방송으로 다시 설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이다.
2018년 8월 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