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설치′와 ′명예퇴직′이 경영실적인가?
지난 1월 13일 김낙곤 사장은 신년 경영설명회를 열었다. 회사 구성원의 절대 다수는 사실상 참석을 거부하고 한 줌도 안되는 보직 간부들만 참여한 초라하기 그지없는 경영 설명회였다. 같은 시간 조합원들은 노동조합에 모여 노무사로부터 회사의 부당 인사에 대항하는 정당한 행동 요령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었다. 강의 이후에는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을 정도로 조합원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회사의 모습인가?
평소 간부회의와 다를 바 없는 경영설명회는 형식적으로도 구성원들에게 외면당했지만 내용은 더 가관이었다. 2024년의 경영성과를 설명하는 자료에는 ’명예퇴직 2명‘이 들어가 있었다. 명예퇴직자 중 한 명은 불과 한 달 전까지 자신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필했던 경영본부장이었다. 그런데도 ’명예퇴직‘을 자신의 경영성과로 내놓은 것을 보고 많은 구성원들은 참담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더 어이없는 것은 사내 에어컨 10대를 교체한 것이 ’경영실적’에 포함돼 있었다. 오죽 내세울게 없으면 그랬을까 싶지만, 우리 구성원들은 실소를 금치못하는 한편 속으로는 절망감을 삭혀야만 했다.
지난 해 광주MBC는 3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김낙곤 사장 4년의 재임 기간 누적 영업적자는 75억원에 이르고 있다. 2022년 반짝 흑자를 기록했다고는 하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 구성원들의 피눈물이 있었다. 그 직전 해 연말 김낙곤 사장은 ‘리셋’이라는 미명 아래 모든 프로그램을 일시에 내리라는 희대의 지시를 내렸고 그 해 광주MBC에는 자체 제작 프로그램이 전무할 뻔한 상황에 처한 적도 있었다.
김낙곤 사장은 취임 이후 한 번도 자신의 비전을 설득력있게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콘텐츠 경쟁력 강화, 디지털 혁신, 구조적 적자구조 타파라는 그럴듯한 화두들만 던진 채 채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취임 첫 해의 경영설명회라고 해도 낙제점을 받았을 내용을, 자사 출신의 4년차 사장이 또 한 번 울궈 먹은 것이라는 구성원들의 자조감만 남아있을 뿐이다.
이번 ‘인사 폭거’는 침묵해왔던 구성원들의 분노를 끝내 터뜨린 기폭제가 되었다. 입사 15년 안팎의 중견 피디와 기자를 자신들의 의사에 반해 일방적으로 전략기획팀으로 발령을 내고, 고연차 사원들에 대해서는 사실상 ‘나이’순으로 MD직으로 내몰고 있다.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이고 ‘연령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그런데 김낙곤 사장은 노동조합의 인사 철회 요구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모든 구성원들의 지혜와 힘을 모아야하는 광주MBC에는 현재 아까운 시간만이 흘러가고 있다. 우리 구성원들의 인내심은 이제 한계에 이르고 있다. 들불같은 더 거센 저항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것을 김낙곤 사장에게 경고한다. 김낙곤 사장은 당장 노동조합과 대화의 창을 열고 사태 해결에 나서라. 실낱같은 희망만을 안고 있는 우리 구성원들의 인내심을 더는 시험하지 말 것을 거듭 촉구한다.
2025년 1월 1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광주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