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자유 짓밟은 권력의 비극적 종말을 기억하라
– 자유언론실천선언 50주년을 기념하며 –
그들은 ‘암흑 속의 횃불’이었다. 1974년 10월 24일, 유신정권의 서슬 퍼런 탄압 속에 동아일보 기자 180여 명이 피와 눈물로 써내려간 ‘자유언론실천선언’은, 민주사회와 자유국가를 위한 언론의 역할을 자각하고 자유언론을 스스로 쟁취해나가겠다는 굳은 다짐이었다. 모진 고초와 핍박을 무릅쓴 그들의 처절한 외침은, 칠흑 같이 어두웠던 그 시절 잔뜩 움츠려 있던 이들의 가슴에 한 줄기 빛을 전하기 충분했고, 그렇게 모아진 열기는 끝이 없을 것 같은 권력을 무너뜨리는 힘이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민주사회와 자유국가를 위해, 자유언론을 지키기 위해 지난하게 싸웠고, 더디고 덜컹거릴지언정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역사의 진전을 바라보며 아주 작은 보람과 희열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역사의 비극적 퇴보를 마주하고 있다. 언론의 의미, 언론자유의 가치에 대한 조금의 이해도 없는 권력은 무자비하게 언론을 짓밟고 있다. 총과 칼을 앞세웠던 그때보다 더 교활하고 더 잔인한 방법을 동원하는 형국이다. 때로는 자본과 야합하며, 때로는 언론 내부의 균열을 악용하며, 언론자유라는 가치를 하나씩 무너뜨리고 있다.
특히 공영방송은 무도한 권력의 집중 표적이 됐다. 그들은 지난한 언론자유 투쟁의 산물이자 민주사회의 결실이었던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를 철저히 무시했다.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이란 가치는 저들만의 기준에서 재단됐고, 대놓고 편향적인 인사들을 내세워 그 편향성에 맞추길 요구했다. 그에 따르지 않으면 반국가세력, 가짜언론이라며 선동에 앞장섰고 국가 기관을 동원해 철저히 응징했다. 권력에 취약한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는 또다시 독으로 돌아왔다. 단순히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의 입을 막는 것에서 나아가, 이제는 아예 언론 자체를 없애버리려는 만행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실제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을 권력은 마음대로 자본에 팔아넘기기까지 했다. 멀쩡했던 대부분의 공영방송은 존립 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형국이다.
하여 우리는 반세기 전의 외침보다 더 처절하게, 더 절박하게 외치려 한다. 피와 눈물로 쟁취했던 그 성과들이 송두리째 부정당하고 있는 현실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 민주사회와 자유국가의 발전을 위한 언론자유의 가치를 가슴 깊이 되새기며, 권력과 자본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언론의 사명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권력이 언론을 넘보지 못하게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권력으로부터 진정한 독립을 이뤄내고자 한다. 공영방송 지배구조에서 권력을 배제하는 투쟁은 그래서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아울러 언론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는 물론, 실정법까지 모두 위반해가며 언론장악에 혈안이 돼 있는 윤석열 정권에 경고한다. 지금 당장은 마음대로 언론을 장악했다며 달콤함에 취해있을지 모르지만, 권력은 유한하다. 무도하게 국민의 입을 틀어막은 권력의 비극적 종말은 숱한 역사가 증명한다.
2024년 10월 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