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는 대구 시민의 공복(公僕)임을 잊지 말라
지난 1일, 대구시는 대구MBC의 취재를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대구 MBC의 방문 취재뿐 아니라 전화 취재와 인터뷰 요청 등 모든 취재의 통로를 봉쇄했다. 대구시 본청뿐 아니라 대구시 산하 모든 사업소가 취재 거부를 선언했다. 취재 거부 공문은 대구 MBC에도 전달됐다. 취재와 보도를 생명으로 하는 방송사에 취재 거부를 선포한 것은 생명줄을 끊겠다는 전쟁 선포와 다름없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오전 시청 간부회의를 주재하면서 대구 MBC가 전날 방송한 <시사톡톡> ‘대구경북신공항, 새로운 하늘길인가? 꽉 막힌 길인가?’를 왜곡·편파 보도로 규정해 강력 대응을 주문했다. 대구시 공무원들은 곧바로 취재 거부 조치로 홍 시장에 대한 충성심을 발휘했다.
대구 MBC는 <시사톡톡>을 통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 세부 내용을 짚었다. 홍 시장이 여러 차례 주장한 유럽·미주 노선용 3.8km 장거리 활주로와 중추공항 규정이 삭제된 점, 국비 지원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점 등을 지적하면서 애초 구상한 대로 신공항을 건설하기 위해 내용을 바꾸고 준비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팩트(fact)에 기반한 정당한 지적임에도 대구시는 “협의 중인 사안”, “예산 활동에 대한 몰이해” 등을 운운하며 의도적인 왜곡·편파 보도로 규정했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이전에 대구 MBC가 방송한 ‘대구 수돗물 남세균 검출’, ‘홍준표 시장 선거법 위반’ 보도까지 트집 잡아 대구시정을 악의적으로 폄하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번 기회에 자신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대구 MBC의 입을 틀어막고 버릇을 고치겠다는 홍 시장의 의중이 취재 거부로 귀결된 셈이다. 그래도 분이 안 풀린 것인지 홍 시장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기자 2명과 대구 MBC 보도국장, 사회자까지 모두 4명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소하며 막장 드라마의 끝을 여실히 보여줬다.
대구시장은 250만 대구 시민의 공복(公僕)이다.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하더라도 시민 위에 군림하는 제왕이 아니라 봉사하는 신하들의 수장이다. 그렇다면 대구 MBC는 어떤가? 역시 시민으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은 공적 조직이다. 시민의 공복인 대구시장을 견제하고 감시해 부정부패를 바로 잡고, 정책의 잘잘못을 시민에게 바르게 알리는 것이 대구 MBC의 가장 큰 책무다. 시장에게는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이겠지만, 그래야 하는 것이 언론의 존재 이유다. 자기 생각과 맞지 않는 보도가 나왔다면 ‘이게 민심인가?’라는 점을 먼저 상기하고, 수긍이 되지 않는다면 공개적인 입장 표명이나 토론 등 합리적인 방법을 통해 대응하는 것이 순리이다. 취재 거부도 모자라 기자와 보도 책임자까지 고소한 것은 공복의 본분을 망각한 채 자기가 제왕인 걸로 착각하고 있다는 방증(傍證)이 아닐 수 없다.
홍 시장은 2015년 경남도지사로 있으면서 MBC 경남의 무상 급식 보도를 문제 삼으며 상당 기간 취재를 거부했다. 2017년 자유한국당 대표 때는 성희롱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가짜 언론으로 규정해 당사 출입 금지와 취재 및 시청 거부 조치를 한 바 있다.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홍 시장의 행위가 우발적이 아니라 상습적이며, 법적 대응으로 공격 수위를 오히려 높이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것이 과연 홍 시장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소통이며 협치인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게 늘 부르짖는 지도자의 책임 정치인가?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고(告)한다.
언론은 힘 가진 자가 기분 나쁘다고 내치는 사유물이 아니다. 언론은 오로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존재하는 공공재(公共財)이다. “취재의 자유가 있으면, 편파·왜곡 방송에 대해서는 취재 거부의 자유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는 홍 시장의 주장은 일언반구의 가치도 없다. 대구시장으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발언이며,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안하무인(眼下無人) 그 자체이다.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세력은 결국 자멸하고 만다는 역사의 교훈을 홍 시장은 되새기기를 바란다. 지금이라도 취재 거부와 고소를 철회하고, 언론이 마련한 공론의 장에서 떳떳하고 당당하게 시시비비(是是非非)를 따지기 바란다. 그것이야말로 공직자로서의 최소한의 예의이고, 제왕이 아닌 공복의 참모습이다.
2023년 5월 1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