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현 MBC충북 사장이 지난 13일 발표된 본부 성명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차라리 밝히지 말았어야 할 사장의 ‘입장’은 왜곡된 조합관에 대한 성찰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경영 위기의 모든 책임을 조합에 전가하는 악의적 내용으로 가득하다.
애초에 임금 공통협상 위임을 철회할 수 있다는 사장의 발언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문화방송본부는 당시 성명에서 임금 공통협상은 공영방송 MBC네트워크의 위상을 지키는 버팀목으로, 이를 훼손하려는 시도는 용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함과 동시에 MBC충북의 경영위기 해결에 충실할 것을 주문했다. MBC에 몸담은 바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할 지극히 상식적인 비판에 대해 한기현 사장은 시대착오적인 도그마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급기야 경영 위기가 지역 지부조합의 비협조 탓이라 말한다.
이야말로 황당함을 금할 수 없는 억지 주장이다. 한기현 사장이 취임하던 2021년 2월, MBC충북은 전년도 하반기 임금 21% 삭감에 이어 상반기 기본급 10% 삭감의 위기대응 방안이 실시되던 중이었다. 현재까지도 MBC충북 직원들은 비용감소를 위해 추진된 충주연주소 업무통합 과정에서의 희생을 치러오고 있으며, 각종 제작여건의 유․무형적 악화상황도 묵묵히 견뎌오고 있다. 또한 사장의 취임직후 비상경영 해결책이라고 내세운 퇴직금 단수제, 임금피크제 등에 대해서도 실무협의회를 구성하여 7회에 이르는 회의를 거쳤으며, 타계열사에 비해 매우 열악한 조건임에도 지난 5월 임금피크제 관련 대법원판결 직전엔 타결에 근접하기도 했다. 뿐만아니라 조합은 최근 회사가 다시금 제시한 ‘유동성 위기 대응 계획’에 따른 논의에도 성실히 임하고 있다.
취임이후 1년 7개월간의 상황이 이러한데 지부의 비협조란 무엇을 이르는 말인가. 퇴직금 단수제 등 노동조건의 악화에 대해 노사합의를 거쳐야 하는 것은 법으로 인정되는 불가침의 영역이며, 회사가 어렵다면 노사가 적극 협력하여 이에 대한 상생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경영의 기본이다. 위기라고 하면 무조건 사장의 말을 따르는 것이 조합의 도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지부 조합이 단 한번이라도 위기 대응 논의에 소홀한 적이 있었는지 한기현 사장은 스스로 자문해보라.
아울러 언급한 지부장의 타임오프제에 대해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청주와 충주MBC가 통합 과정에서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일정기간 양 노동조합을 유지하기로 한 것은 적폐 시절에도 인정되었던 사실이다. 실제로 양 조합은 업무 환경의 변화와 함께 제기되고 있는 통합 논의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으며, 이는 지부장의 임기 변화에도 단적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취임 이후 단 한번도 얘기한 바 없는 지부장의 타임오프제에 대한 ‘입장’을 오늘 밝힌 것은 인건비를 구실로 조합을 흠집내려는 악의적 태도로밖에 볼 수 없다.
이러한 경영 위기가 지속되는 동안 대표이사 한기현 사장의 성과는 어떠했는지 살펴보자. 지난해 매출이 증가하고 영업이익 적자폭이 개선된 이면에는 본사 광고액 증가와 기본급 삭감, 그리고 충주연주소 업무통합을 통한 비용 감소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이 중 어느 것이 사장의 업적인가? 타 계열사에서도 볼 수 있듯 경영 개선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기존 매출액의 유지와 더불어 새로운 판로를 발굴해 영업이익을 늘리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여 조합은 위기대응 방안을 내부에서만 찾을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외부시장의 공략에서 찾을 것을 한기현 사장에게 수차례 건의한 바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사장 취임 이후 매출액을 차지하는 사업 중 기존 사업이 아닌 것을 찾기란 쉽지 않다. 사장 자신도 정책발표회에서 신사업 개척을 주요 공약으로 천명했던 바, 이제와서 충북지역의 시장규모와 경제상황을 운운하며 책임을 논하니 참으로 어이없는 노릇이다.
MBC충북의 주인은 직원과 조합원들이다. 숫자로는 나타낼 수 없는 공영방송과 지역방송의 역할을 다하는 것은 우리의 책무이며, 현 사장 재임중에도 우리는 타사에 못지않은 방송사로서의 성과를 보여왔다.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 더 이상 줄일 것을 찾기 힘든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MBC충북의 각 국 구성원들은 팔다리를 잘라내는 심정으로 내년 예산 감축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긋지긋하게 계속되는 위기 상황에도, MBC충북과 영원히 함께 할 주인은 바로 우리이기 때문이다.
사장은 노사의 신뢰를 바탕으로 경영을 이끌어가는 자리이며, 한기현 사장의 ‘입장’은 도저히 현재 MBC충북 사장 자리에서 밝힐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합심하여 노력해도 모자랄 판에 왜곡된 노사인식과 악의적인 비방으로 노사의 신뢰와 상생논의의 틀을 깨트린 한기현 사장에 대해 우리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자신의 ‘입장’에 대해 사과하고, 조합을 진정한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한기현 사장 앞엔 파국만이 남을 것이다.
2022년 10월 2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청주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