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을 반성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이하 본부)는 지난 2018년 초 노사 합의로 지역사 임원 중간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올해 첫 시행을 앞두고 노사가 세부 시행 방안을 마련했고 MBC경남의 구성원들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 정대균 사장은 유임됐지만 과반의 기명 발의와 과반의 불신임이 있었음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불신임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고 해서 그간 모든 경영 행위에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정사장 스스로가 가장 잘 알 것이다.
경영 탓을 하며 무조건 노동조합에 양보를 요구해서는 안된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노사간 신뢰구축은 더 중요해진다. 콘텐트 경쟁력과 경영개선, 지속가능성 확장이라는 목표를 다 이뤄야하는 게 노사 공동의 과제이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지만 어떤 수단과 수위를 선택할지는 결국 사측의 몫이다. 그리고 명심해야 할 것은, 왜 우리가 이런 선택을 해야 하는지 납득할 수 있는 토론과 대화, 설득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어느 한편의 목표가 아닌 노사 공동의 목표라는 공감대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실행력도 정당성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MBC경남 외에도 중간평가를 준비하는 곳이 있다. 참담한 경영 실적과 소통부재의 책임을 물어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이 어려운 시기에 오죽하면 조합원들이 사장 거취를 고민하게 됐는지 해당 지역사 사장들은 뼈저리게 돌아봐야 한다. 사장 본인이, 그동안 얼마나 오랜 시간 노동조합의 상식적인 요구를 묵살하고, 상식적인 대화에 응하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노동조합이 중간평가를 발의하지 않았다고 안주하는 지역사 사장들이 없길 바란다. 각 지역사사장들이 해당 구성원들에게 의욕을 불러 일으키지 못한다는 평가는 이미 보편적이다. 사장들이 환경 탓만 하고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는 싸늘한 평가도 빈번하다. 사장이면 사장답게 지역사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단 한명의 사장을 위해 해당 지역MBC가 있는 게 아니라 수십 수백명의 구성원을 위해 사장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만약 임기 2년을 지난 지역사 사장들이 올해에도 인식과 태도 변화를 약속하고 실행하지 못한다면, 더 늦기 전에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MBC를 위한 마지막 의리요, 봉사일 것이다.
마지막 평가까지 치달은 사태는 전적으로 사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 분열의 수습은 경영자가 해결해야 하는 최우선 과제이다. 노사합의를 어기고, 혹시라도 평가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준다면 노동조합은 모든 수단을 강구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MBC경남의 구성원들은 압박감 속에서도 스스로의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했고, 중간 평가의 시작에서 끝까지 품위를 잃지 않았다. 우리 조합원들은 위기에 처한 회사를 구해내기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화합에 나설 관용 또한 갖추고 있다. 이제 MBC경남과 16개 지역사들이 답을 내놓을 차례이다.
2020년 3월 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