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차별·혐오…방문진이 폐기물 처리장인가

극우·차별·혐오…방문진이 폐기물 처리장인가

 

  내 이럴 줄 알았다. 이진숙이 방문진 이사랍시고 내리꽂은 이들의 면면은 경악 그 자체였다. 취임 10시간 만에 마치 비밀 군사작전 하듯 온갖 법과 절차 다 짓밟으면서 임명을 강행하더니, 이런 자들을 방문진에 욱여넣으려 그랬던 것인가. 방송 분야의 경력이나 전문성을 바라는 것은 사치로 보일 정도다. 일반 상식을 갖춘 인물을 찾기도 힘들다. 극우 편향성도 정도 것이지, 인간의 기본적 소양조차 갖추지 못한 인사들이 무슨 자격으로 공영방송 MBC를 관리·감독할 수 있다는 것인가. MBC를 일부러 망가뜨리려는 속셈이 아니고서는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집합이다. 이런 인물들이 감히 방문진 이사직에 지원한 것도 어처구니없지만, 본인과 비슷한 이들을 콕 집어 임명한 이진숙, 그리고 그런 이진숙에게 임명장을 건네며 “고생많다”고 격려한 윤석열 대통령은 도대체 어떤 뇌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

 

방문진도 공안 검사가 장악? 장애인 비하, 편향·혐오에 찌든 스폰서 검사까지

 

  윤석열 정권은 하다하다 방문진에까지 검사 출신을 2명이나 내리꽂았다. 지난 2018년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당시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특검을 맡았던 허익범, 지난 2019년 검사 시절,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발했던 임무영이 그들이다. 아무리 검찰 공화국이라지만, 도대체 공안 부장검사 출신이 방송 분야에 어떤 전문성이 있다고 방문진에, 그것도 2명이나 임명한단 말인가.

 

  특히 임무영의 실체는 충격적이다. 분노를 일으킨다. 이른바 ‘스폰서 검사’ 중 한 명이 바로 임무영이다. 지난 2011년 부산 지역 건설업자 정모 씨는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이란 책에서 자신이 20년간 검사들에게 성 접대를 해온 사실을 폭로했는데, 당시 부산지검 검사였던 임무영도 룸살롱에서 접대했다는 내용을 상세히 기록했다. 임무영은 “다 거짓말”이라고 부정하고 있지만, 당시 책에는 술자리 장소와 주문한 음식, 동석한 검사들의 이름까지 세세히 나와 있고, 술자리에서 있었던 임무영의 추태까지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임무영의 행보는 검찰 퇴임 후가 더 가관이다. 임무영은 지난 2020년 1월 광화문에서 열린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 단상에 올랐다. 임무영은 이 자리에서 “검찰에서 퇴직한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가 적화 통일이 될까 걱정됐기 때문”이라며 “사회 전 분야가 이미 빨갛게 물들어 있다”고 말했다. 이 집회는 대표적 극우 인사인 전광훈 목사가 주최한 것으로, 임무영은 전광훈과 별 차이 없는 극우 편향성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이진숙과 페이스북 친구인 임무영의 게시글들은 대부분이 편향·차별·혐오로 가득하다. 지난달 19일에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를 언급하며 “박경석 스타일로 지하철을 엎드려서 다니면서 적선을 요청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다리를 고무로 감싸고 있다. 진짜 불구인지 확인하기 어려운데, 그런 사람들을 전문용어로 ‘인어공주’라고 부른다”고 썼다. 장애인에 대한 혐오와 비하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런 인식을 가진 자가 사회적 약자 보호를 강령으로 삼고 있는 MBC를 관리·감독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지난달 6일 올린 “조선인은 성향상 포퓰리즘에 약하고, 좌파적 감성주의에 영합한다”는 글을 포함해 한국인 비하 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 5월에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죽음을 이용한 나쁜 정치’라는 측면에서는 채상병 특검보다 심하다”고 적기도 했다. 이진숙 지명 후로는 “우리 누님 그동안 마음고생 많으셨는데 다행히 잘 되셨다”, “정상적인 사람을 극우로 몰아가는 건 무식한 좌빨의 종특”이라며 적극적인 옹호 글을 올렸다. 이진숙을 ‘우리 누님’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 방문진 이사가 됐다고 해도 문제지만, 이진숙과 판박이인 극우 편향성만으로도 낙점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MBC 적폐들의 귀환‘MBC 해체외치는 자가 방문진 이사라니

 

  이진숙과 함께 MBC를 망쳤던 방송장악 부역자 윤길용과 이우용도 이진숙의 부름을 받았다. 윤길용은 김재철의 고등학교, 대학교 직속 후배로, 당시 시사교양국장을 맡으면서 최승호 PD 등을 공개적으로 축출하고 PD수첩을 황폐화시킨 장본인이다. 아이템 검열과 부당한 제작 중단이 이어졌고, 이에 반발하는 PD들은 부당 전보시켰다. 이후 편성국장, 울산MBC 사장, MBC NET 사장까지 승승장구했고, 특히 울산MBC 사장 시절에는 당시 안광한 사장에게 고가의 선물과 접대를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우용은 2011년 라디오본부장으로 인기 시사프로그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였던 김미화씨 퇴출을 주도했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뉴스브리핑을 하던 김종배 평론가도 쫓아냈고, 비판적인 프로그램은 아예 폐지해버렸다. 이어 춘천MBC 사장, MBC C&I 고문까지 맡는 등 MBC 황폐화에 앞장 선 대가로 누릴 수 있는 호사는 다 누렸다. 윤길용, 이우용 모두 국정원의 MBC 장악 시나리오를 실행하기 위해 발 벗고 뛰었던 자들이다.

 

  그랬던 이들은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정체를 알 수 없는 극우 보수단체 활동에 앞장섰고, MBC와 노조를 앞장서 매도했다. 윤길용은 지난달 18일 국회에서 열린 ‘가짜뉴스 백서 출판기념회’에 패널로 나와 “현재 민주노총 언론노조원들은 홍위병이 아니라 킬링필드의 크메르루즈에 가깝다 생각한다. 안경 쓰면 죽이고 총알이 모자라 가스실에서 죽였다”는 막말을 쏟아냈다. 이진숙과 같은 극단적인 노조 혐오증이다. 이우용 역시 지난해부터 MBC 정상화투쟁본부 상임공동본부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과 안형준 사장 사퇴를 외치면서 ‘MBC 해체’까지 공공연히 주장했다. 이런 적폐들이 이제 방문진 이사라는 완장을 찼으니, MBC에 어떤 해악을 가할지는 불 보듯 뻔하다.

 

부적격자들의 집합이진숙도, 방문진 이사들도 인정할 수 없다

 

  김동률 서강대 교수가 임명된 이유도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그는 오래전부터 MBC 민영화를 주장해온 인물이다. 지난 2022년 4월 서울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그는 “관변언론은 이제 민영화의 수순을 밟아야 한다. KBS1, EBS 정도만 공영언론으로 존재해도 한국인은 아무런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다”고 적었다. 김건희 여사에게 낯 뜨거운 아부를 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지난해 2월 ‘한국에서 대통령 부인으로 살아가기’란 제목의 칼럼에서 그는 “이전 영부인의 치맛바람에 실망한 한국인들은 김건희 여사에게 조용한 내조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여사는 커리어 우먼으로 윤석열 대통령보다도 훨씬 적극적이고 다양한 사회적인 삶을 살아왔다. 에너지가 넘쳐 보인다. 그런 그녀에게 항간의 논란을 빌미로 관저에서 조신하게 칩거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행여 지나치지 않을까.”라고 적었다. 김건희 여사의 눈에 들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대전MBC 사장 시절 관용차로 드나들었던 이진숙의 서강대 인맥인지 알 수 없지만, 김 교수는 이번 지원서에 이력을 틀리게 기재하고도 방문진 이사직을 차지했다.

 

  도대체 제대로 된 인사 하나 찾기가 힘들다. 이진숙을 방통위원장에 앉힌 순간부터 이 모든 비극은 예상됐다. 임명 당일 불과 몇 시간 만에 위법적이고 졸속적으로 이사진 선임을 해치운 결과이다. 윤석열 정권이 원하는 것은 MBC 장악이고 몰락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방증이다. 조합은 이진숙은 물론 이진숙이 임명한 방문진 이사들을 인정할 수 없다. 일반 상식을 가진 대다수 국민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한 줌도 되지 않는 극우 적폐들의 패악질에 맞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맞설 것이다. 

 

20240802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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