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 졸속, 깜깜이…방문진 이사 임명 원천 무효다

위법, 졸속, 깜깜이방문진 이사 임명 원천 무효다

 

 

  정말이지 이 정도로 엉망진창일지 몰랐다. 그래도 한 국가의 방송·통신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방송통신위원회라는 곳이 어떻게 저렇게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지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지난 7월 31일 방통위가 밀어붙인 방문진 이사 임명은 말 그대로 위법과 졸속, 깜깜이의 결정판이었다. 방통위 위원장과 부위원장이란 자들은 법도, 절차도, 전례도 모두 무시하고 제멋대로 의사결정을 한 것도 모자라, 국민 앞에 최소한의 예의도, 기본적인 상식도 짓밟았다. 방통위 고위 공직자들은 바보 행세를 하며 방통위가 자행한 수많은 불법을 감추기에 급급했다. 여기에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행정부 견제라는 국회의 의무는 내팽개친 채, 말도 안 되는 논리로 방통위를 옹호하고, MBC와 언론노조를 향한 억지 공격에만 몰두했다. 지난 14일부터 15일 새벽까지 이어진 국회 과방위 방송장악 청문회는 2024년 대한민국의 망국적이고 비극적인 단면이었다.

 

당적 확인도 안 하고 임명 강행위법 차고 넘친다

 

  청문회에서 드러난 방문진 이사 임명 과정은 위법 그 자체였다. 이진숙, 김태규 단 2명이서 불과 한 시간 반 만에 KBS 이사와 방문진 이사 임명을 강행한 것 자체부터가 더 따질 필요 없는 위법이지만, 하나하나의 과정은 도대체 법을 이렇게 무시할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KBS 이사와 방문진 이사의 결격사유를 규정한 방송법 48조와 방문진법 8조에 따르면, 당원 또는 당원의 신분을 상실한 날부터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은 이사가 될 수 없다. 이 때문에 각 정당에 이사 지원자의 당원 가입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러나 방통위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 회신을 받지 않은 채로 공영방송 이사 임명을 강행했다. 정당에 회신을 받으려는 아무런 노력조차 하지 않고 “그냥 기다렸다”고 답했다. 방통위는 이런 사실을 숨기려 했고, 특히 국민의힘에서조차 확인 답변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 밝히길 꺼려하다 추궁이 이어지자 겨우 실토하는 추태를 보였다. 최소한 국민의힘 당적 여부는 확인이 어렵지도 않았을 터인데, 도둑질도 손발이 맞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국민의힘 당적이 있어도 상관없다는 것인지, 그 어떤 경우라도 명백한 위법이다.

 

  이사 지원자들에 대해 검증을 졸속적으로 한 것도 여실히 드러났다. 김태규 직무대행은 방통위가 국민의견을 수렴한 내용을 보지 않았다는 식으로 답변했다. 방문진 이사로 임명한 김동률 서강대 교수가 허위 이력을 적어낸 것에 대해서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역시 방문진 이사로 임명한 임무영 변호사가 지난해까지 이진숙의 변호인이었다는 것도 몰랐다고 했다. 자신이 임명한 이사가 누구인지, 방문진 이사 중 유임한 인사들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답변하지 못했다. 방송에 대해 그 어떤 이력도 없고 방송계에 아는 사람도 없으면 서류 검증이라도 철저히 해야 했을 터인데,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날림으로 공영방송 이사를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인가. 더구나 이진숙, 김태규는 면접 심사도 일방적으로 생략한 채, 아무런 심의도 없이 투표만 8~9번 반복해 이사를 선임을 강행했다.

 

  방문진 이사 지원자를 제멋대로 감사로 임명한 것도 문제다. 김태규 직무대행은 방문진 이사로 지원한 성보영 전 MBC C&I 부사장을 감사로 임명한 것에 대해, 과거에도 이런 식으로 한 전례가 있다고 거짓 답변했다. 그러나 방문진 감사는 공모를 하지 않고, 해당 분야의 특수성과 행정처리 능률을 고려해 방통위원 간 협의로 임명해왔다. 도대체 이사 지원자를 감사로 임명하면서 방통위에서 협의를 했는지, 당사자의 동의는 구했는지도 알 수 없지만, 금방 드러날 거짓말을 국회 청문회에서 아무렇지 않게 해대는 행태는 절대 용납할 수가 없다.

 

  이진숙과 김태규는 7월 31일 당시 회의 상황을 묻는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묵비권과 비아냥으로 일관했다. 특히 “회의 속기록은 있겠지만, 방통위 의결을 거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는 궤변으로 속기록 제출 요구를 거절했다. 현재 방문진 이사 지원자들이 제기한 방문진 이사 임명처분 집행정지 신청에 관련해서도 법원에 회의 속기록을 제출하지 않겠다고 했다. 일개 행정부처가 국회도, 법원도 무시하고, 이렇게 중요한 결정을 깜깜이로 할 수 있다는 것인가. 도대체 뭘 그리 숨길 것이 많아서 당연히 공개해야할 회의록마저 감추려 하는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 식으로 표현하면, 숨기려고 하는 자가 범인이다.

 

분노유발자 이진숙, 김태규근본적 문제는 윤석열 정권이다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적 ‘괴물’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이진숙은 이날 청문회에서도 자신의 극우 편향적인 실체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진숙은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된 상황에서도,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대한 논란을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와 이종찬 광복회장을 비난한 3노조의 성명을 공유하는 등 ‘손가락 운동’에 여전히 열심이었다. 정치적 중립 위반일 뿐만 아니라 MBC 보도에 대한 개입으로 볼 수 있는 행위에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 이진숙은 뉴라이트에 대해 “개인적으로 뉴라이트가 잘못된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광복절이 몇 주년이냐는 질문에는, 광복절과 건국절이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에 답변하지 않겠다고 했다.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해서도 ‘사상의 자유’ 운운하며 답변을 거부했다. 국회의 청문회에 대해서는 ‘동물농장’, ‘고문’이라고 폄훼하면서 무성의하고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김태규도 이진숙에 버금가는 ‘괴물’이었다. 판사 재직 시설,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자신의 편향성을 드러냈던 김태규는,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의원들의 질의에 팔을 꼰 채로 실실 비웃고 오히려 화를 내는 등 지켜보는 국민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회의 내용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아무렇지 않게 거짓을 쏟아내는 김태규의 모습은 ‘분노유발자’ 그 자체였다.

 

  더 끔찍한 ‘괴물’은 청문회 내내 이들을 두둔하며 MBC와 언론노조 공격에만 앞장선 국민의힘이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공영방송 이사 임명 과정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아무 관련 없는 15년 전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등을 주구장창 문제 삼고, 사실관계조차 왜곡해 선동하는 행태는 한심하다 못해 측은할 정도였다. 특히 MBC를 송두리째 망가뜨렸던 장본인인 김장겸이 과거의 적폐 동지들을 불러내 마치 공정방송의 수호자인양, 방송장악의 피해자인양 목소리 높여 떠드는 광경은 말 그대로 가관이었다.

 

  거듭 강조하지만 근본적 문제는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다. 이진숙을, 김태규를 가당치도 않은 자리에 앉히고, 온갖 법과 절차 무시하면서 MBC 장악에 앞장서게 한 모든 책임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 김장겸 같은 자를 사면시켜 국회의원으로 만들고 국회를 진흙탕으로 만든 것도 윤석열 대통령이다. 항상 자신이 문제를 일으켜놓고 유체이탈화법으로 남 탓하는 게 대통령의 특기라고 하지만, 일반적 상식을 가진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스스로 문제를 시정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이 심판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시간은 머지않았다.

 

20240816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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