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MBC 언론노동자들은 엄중히 요구한다. 김장겸 사장은 즉각 자리에서 물러나라. 전국 각지에서 들불처럼 번지는 퇴진 요구에 힘을 보태려는 관성적 구호가 아니며 정치적 시류에 편승한 전략적인 행동은 더더욱 아니다. 모든 구성원들의 절실하면서도 진심 어린 요구이다. 지역 공영 언론으로의 존재 의미와 생존의 요건을 지키려는 절박한 몸부림이다.
MBC 저널리즘의 풍요로운 과거가 있었다. 지역 네트워크가 이에 기여하고 있다는 뿌듯한 자부심이 여수MBC에도 충만했다. ‘만나면 좋은 친구’, ‘마봉춘’으로 대표되던 국민적 신뢰감이 그대로 지역으로 투사되면서 로컬에서도 MBC는 당연하게 언론의 중심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 모두가 이미 잊혀진 과거가 되고 말았다. 시청률의 추락과 함께 영향력도 관심도도 소멸된 여수 MBC 뉴스데스크. 창의와 도전, 투자가 사라진 맥 빠진 프로그램들. MBC라는 자부심은 빛바랜 추억이 된 지 오래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신뢰의 상실’이다. 참여와 소통의 시대, 신뢰를 잃은 방송사에 위기가 닥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서울의 ‘위기’는 지역에서 ‘생사의 기로’로 이어졌다. 채용이 실종된 암울한 조직이 됐고, 방송은 정치인과 단체장들의 비위를 맞춰 푼돈을 끌어내는 도구로 전락했다. 기자와 PD들은 이런 방송을 팔아 수익을 내야 하는 영업 현장에 내몰렸다. 지역 시청자들의 싸늘한 시선이 익숙해지면서 구성원들에게는 더 이상 상처 입을 자부심이 남아있지 않게 됐다.
‘권력에 당당하게 맞서자’, ‘공정하게 방송하자’며 서울과 지역의 구성원들이 함께 목소리를 모았던 때가 있었다. MBC다운 MBC로 지켜내야 한다는 전국 각지 동료들의 처절한 요구였다. 그때부터라도 MBC가 스스로 각성했더라면, ‘언론의 정도’에 의기투합했더라면 이 지경까지 내몰렸을까. 하지만 내부적 자정의 목소리들은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처참하게 박해받았다. 이를 주도했던 권력의 핵심에 과연 누가 있었는가? 정치부장, 보도국장, 보도본부장을 역임하며 신뢰도 추락을 자초한 장본인은 누구였나?
그렇다. 이 모든 상황의 중심에 ‘오늘의 MBC’를 이끌고 있는 김장겸 사장이 있다. 우리는 원색적인 비난을 전하거나 인격적인 모독을 주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김 사장이 최소한의 책임감을 갖기를 원한다. 평생을 바쳤던 회사, 그 조직이 극도의 위기에 처해있고 스스로 이 같은 상황을 자초한 중심에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라는 요구다. 그리고 최소한의 책임을 져 달라는 것이다. 이것이 정치적인 압박인가? 진영 간 이전투구의 귀결인가?
시간은 MBC의 편이 아니다. 국민들이 MBC를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여수MBC 언론인의 이름으로 요구한다. 조속한 방송 정상화와 조직 수습을 위해, 나아가 지역 MBC 네트워크의 회생을 위해 김장겸 사장은 사장직을 즉각 내려놓으라. 당신이 일생을 몸담아온 조직에 공헌하는 마지막이자 유일한 길이다.
2017년 6월 20일
MBC 김장겸 사장의 퇴진을 바라는 노동조합원 및 여수MBC 언론노동자
강 건 고재호 김경원 김남태 김면수 김용석 김재준 김정기 김종수 김종태
남현철 문은호 문형철 박광수 박민주 박성언 박수석 박찬호 박홍진 배현섭
송민교 송정혁 이동신 이복현 정연우 정용우 조경무 채솔이 최 민 황호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