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 출범 1년 성명]
윤석열 정권 1년, 다시 언론자유를 묻는다
사방이 곡소리다.
국가의 부재로 자식을 잃고도 사과 한 마디 못 받은 부모들의 원통한 울음, 일하다 기계에 끼어 짧은 생을 마감한 청년 제빵 노동자의 피맺힌 울음, 판결마저 무시한 채 식민지배의 과거사를 제멋대로 청산하려는 국가폭력에 절규하는 강제 동원 피해자들의 한 서린 눈물, 함께 살자고 노조했다가 공갈 폭력배로 몰려 제 몸에 불을 붙인 건설 노동자의 억울한 비명. 윤석열 정권 1년 만에 사방이 곡소리로 가득하다.
이 정부 아래 시민과 노동자가 살아남을 길은 과연 있는가.
노동시간 연장으로 죽도록 일하다가 과로사하거나, 위태로운 현장에서 산업재해로 죽거나, 살려고 노조하다 폭력배로 몰려 죽거나, 저임금과 물가폭등에 짓눌려 죽거나, 외교참사의 불똥이 전쟁을 불러 떼죽음 당하거나. 이 정부 아래 정녕 다른 길이 있는가.
윤석열 정권은 그래서 더 필사적이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절규와 비명을 틀어막지 않으면 현실화된 권력의 위기를 막을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들은 우리의 목숨과도 같은 언론자유를 제물로 삼고자 한다. 삶을 요구하는 자들의 요구를 짓밟고 죽음을 강요하는 자들의 태평성대를 만들기 위해 이 정부에게 언론은 반드시 권력의 피아노가 돼야 한다. 그래서 저들은 언론자유의 문제를 다시 삶과 죽음을 가르는 막다른 경계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늘 그랬듯 권력의 떡고물을 노린 관변 극우 세력들이 이 익숙한 풍경에 득실거리고 있다.
윤석열 정권은 싹수부터 누렇게 뜬 떡잎이었다. 당선도 되기 전에 언론노동자들의 전국적이고 자발적인 결사체인 전국언론노동조합을 강성첨병으로 낙인찍고 ‘뜯어고치겠다’는 반헌법적 공갈 협박을 앞세웠으니, 지난 1년 동안 벌어진 후퇴와 퇴행, 통제와 장악 시도는 정해진 결과물이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언론중재법 개정 논란 때,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를 언론탄압이라고 비난하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언론자유를 확실히 보장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이 발언은 처음부터 지킬 생각도, 의지도 없는 ‘식언’이었음이 지난 1년간 반복된 언행불일치로 이미 증명됐다.
국민, 언론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온갖 논란에도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는 독단을 앞세우더니, 온갖 설화만 일으키다 출근길 약식회견은 몇 달 못 가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가을 ‘바이든-날리면’ 사태로 회자되는 미국순방 비속어 파문과 이를 보도한 방송사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 배제는 언론통제와 방송장악의 신호탄이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권력에 대한 언론의 정당한 견제와 비판보도를 옥죄기 위해 여론 조작을 시도하고, 언론자유를 훼손하는 보복 조치를 취한 사례로 미 국무부 인권보고서에까지 실리며 주목받았다. 이후 대통령의 대언론 소통은 사실상 중단됐으며, 급기야 신년 회견과 집권 1년 회견도 없이 입맛에 맞는 족벌언론과 몇몇 해외 언론을 통해 일방적 메시지만 제한적으로 흘리고 있을 뿐이다.
한 편으로는 KBS 수신료 분리징수 시도와 방문진 감사, YTN 민영화 시도로 동시다발적인 방송장악을 획책하고 있으며, 신문법 개정을 통한 포털 통제 시도도 노골화하고 있다.
총리실 산하의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 국민통합위원회 산하의 국민통합과 미디어특별위원회는 소수재벌과 족벌 언론자본의 숙원인 미디어 관련 핵심 규제 제거와 ‘가짜뉴스’를 때려잡겠다는 명분으로 언론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방안을 찾는 데 골몰하고 있다.
각계각층의 대표성과 전문성을 포괄할 미디어혁신기구 설치 공약은 완전히 폐기됐고, 특정 진영과 극우 성향의 인사들로 객관성과 균형성을 전혀 담보할 수 없는 논의구조 안에서 집권세력에 유리한 미디어 규제와 언론통제를 시도하는 뻔뻔함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고 있다. 일련의 흐름은 언론자유 후퇴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로 이어져 최근 발표된 국경없는 기자회의 세계언론자유지수 평가에서 한국은 4단계이나 뒷걸음질 쳤다.
윤석열 집권 1년, 우리는 언론자유를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언론자유를 지킬 때만이 권력과 자본의 횡포를 고발, 견제할 수 있으며, 언론자유를 지킬 때만이 시민의 생명과 공동체를 지켜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판례로 확립된 언론노동자들의 핵심노동조건인 공정보도는 언론자유 없이는 결코 바로 설 수 없으며, 이를 후퇴시키고 통제하려는 그 어떠한 시도도 강력한 저항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집권 1년, 언론자유는 국민의 삶과 죽음을 가르는 절체절명의 문제가 됐다. 불통과 퇴행, 통제와 장악을 이어간다면 우리에게 비타협적 끝장 투쟁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국민이 곧 국가이기 때문이다.
2023년 5월 9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