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내로남불’, 이것이 이동관 방통위의 실체다
‘법인카드 5천만 원 부당 사용’ 김성근 전 방송인프라 본부장, 방문진 보궐이사에 임명
이동관의 첫 행보부터가 가관이다. 이동관은 오늘 방송통신위원장 취임식을 하자마자 공영방송 보궐이사 임명을 강행했다. 특히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제기한 해임 처분 집행정지 소송 심문기일이 오는 31일로 잡힌 상황임에도, 그 자리에 서둘러 적폐 인사를 꽂아 넣었다. 오늘 이동관 방통위가 임명한 김성근 전 MBC 방송인프라본부장은 MBC 재직 시절, 5천만 원 가량의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한 인물이다. 이보다 훨씬 적은 규모, 그것도 다툼의 여지가 있는 상태에서도 ‘법인카드 유용’이란 꼬리표를 붙여 공영방송 이사들을 내쫓은 방통위였다. 고작 이런 인물을 앉히려고 그 난리를 친 것인가.
“지인과의 골프비용, 상품권·숙취음료 구입 등에 법인카드”.. 즉각 임명 취소해야
김성근 전 본부장은 MBC에서 지난 2014년 디지털본부장에 이어 2017년에는 방송인프라본부장까지 임원 자리를 연임하는 호사를 누렸다. 그러는 동안 그가 5천만 원에 달하는 법인카드를 부당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2018년 MBC 내부 감사를 통해 밝혀졌는데, 부당 사용 액수도 함께 감사를 받은 다른 임원에 비해 압도적이었다. 김 전 본부장이 사용한 법인카드 내역은 골프 비용에 집중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 업무용이 아니라 지인이나 회사 관계자들과의 사적 골프 모임에 반복적으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상품권은 물론, 대량의 숙취 음료 구입에도 법인카드를 습관적으로 긁었다. 김 전 본부장 본인도 이런 부정사용을 인정했고, 부정 사용액을 회사에 다시 변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늘 언론 보도를 통해 김 전 본부장이 내놓은 해명은 “기억하지 못한다. 퇴직금에서 처리한 것은 위법했던 것 같다”였다. 과거 방송 장악 이력과 관련해 숱하게 증거가 남아 있어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이동관과 같은 방식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 전 본부장은 지난 2017년 1월 CES 출장 당시, MBC미주법인으로부터 골프, 와인, 식사, 렌터카 등의 접대를 받아 함께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김 전 본부장을 포함한 당시 임원들은 8일간의 출장에 본사로부터 2천 8백여만 원의 출장비를 지급 받고도, 미주법인으로부터 총 7천 달러가 넘는 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검찰은 “1인당 접대받은 비용이 1백만 원을 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 주변에서 많이 들어본 불기소 사유인데, 이것을 근거로 마치 접대 받은 사실이 없었던 양 왜곡하고 있는 게 김 전 본부장이다.
법인카드 사적 유용과 청탁금지법 위반은 윤석열 정권이 공영방송 이사진 해임을 강행하면서, 빠지지 않고, 해임 사유로 포함시키고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미 비교할 수 없는 액수의 ‘전과’가 명확히 드러난 인사를 보궐이사로 임명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내로남불’인가.
대놓고 공영방송 겁박 나선 이동관…방통위를 해체하라
이동관은 오늘 취임사에서 공영방송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말은 ‘개혁’이라고 붙였지만, 항상 그랬던 것처럼 ‘가짜뉴스’, ‘노영방송’ 운운하며, 공영방송의 구조 자체를 허물어버리겠다고 겁박했다. 공영방송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왔다며, 공영방송의 구조를 바꿔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개혁’으로 포장한 공영방송 말살, 공영방송을 뿌리째 흔들어 존재 자체를 없애겠다는 것. 이것이 이동관 방통위의 실체이자, 윤석열 정권이 이동관을 굳이 방통위원장 자리에 앉힌 이유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은 공영방송 구조의 문제가 아니다. 법적으로 보장된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부정하고 공영방송을 마음대로 쥐고 흔들려는 정권이, 그리고 이동관과 같은 인사가 진짜 문제다. 제대로 된 개혁은 정치권력이 공영방송에서 손을 완전히 뗀다고 선언하고, 실행해야만 가능하다. 정치적 잇속으로 공영방송을 바라보는 권력이 어떻게 공영방송 ‘개혁’을 입에 담을 수 있는가.
‘털 하나, 머리카락 하나 병들지 않은 게 없다’ 이동관이 오늘 취임사에서 인용한 다산 정약용의 경세유표 서문이다. 윤석열 정권이 만든 지금 이 나라, 적폐들의 집합소가 되어 버린 이동관 방통위의 현실이다.
2023년 8월 2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