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공영방송에서 완전히 손을 떼라
야 3당의 방송법 개정 정치 야합을 규탄한다
국회에 계류된 지 1년이 넘은 방송관계법 개정안에 대해 야3당이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며 갑자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어제 원내대책회의에서 ‘야3당 원내대표들이 만나 방송법 개정을 조속히 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와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오늘 정책협약을 발표하며 방송법 개정안 처리에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지난 1년 넘게 방송법 개정안 처리에 반대하며 상임위 의사진행을 방해하던 자유한국당이 이제 와서 법안 처리를 서두르겠다니 기가 막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올해 2월 국회 연설에서 “방송법 개정안은 (당시) 야당과 노조의 방송장악으로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던 사람이다. 그러던 한국당이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꾼 것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방송관계법 개정안은 공영방송의 이사 수를 13명으로 늘리고, 여야 추천 이사의 수를 각각 7명과 6명으로 명시하고 있다. 사장을 뽑으려면 재적 이사 중 2/3 이상, 즉 9명이 찬성해야 하는 특별다수제도 포함하고 있다. 이 법안은 박근혜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과 파괴라는 비상 상황에서 우선 심폐소생이라도 하자는 응급 처치 목적의 법안이었다. 자유한국당은 줄기차게 이 법안에 반대해왔다. 그러던 자유한국당이 입장을 뒤집어 이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주장하는 것은 속내가 너무도 뻔하다. MBC 김장겸 사장의 해임을 어떻게든 지연시키고, 더 나아가 새 MBC 사장 선임 과정에서 발목을 잡고 어떻게든 자신들의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의도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MBC, KBS 사장은 여야 어느 쪽도 반대하지 않는 인물이 될 것이다. 언뜻 정치적 중립성이 담보될 것 같지만, 실제 내용을 보면 어떤 사장 후보가 와도 자유한국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지키고 제작 자율성을 보장할 인물이 아니라, 여야 정치권에 두루 줄을 잘 대는 기회주의적 성향의 인물이 사장이 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바로 그런 인물들이 지금까지 MBC를 파괴해왔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언제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위해 진정성 있는 대안 제시나 해결 의지를 보인 적이 있는가. 이들이 돌연 태도를 바꿔 자유한국당과 야합하려는 것은, MBC에 대한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MBC 정상화를 발목잡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공영방송의 완전한 정상화는 정치권으로부터의 영구적 독립이 필수적이다. 방송법 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국회에 계류된 개정안으로는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할 수 없으며, 오히려 여야 모두의 직접적 간섭이라는 심각한 부작용만 낳을 것이다.
정치권은 이제 공영방송에서 손 떼라. 공영방송 이사회는 국민과 시청자들을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 학계와 시민사회 각 분야의 인사들, 그리고 방송 현업 종사자 대표 등으로 이사회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 정치권이 직접 통제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민주적 여론 형성과 권력 감시라는 공영방송 본연의 의무를 수행할 수 있다.
2017년 11월 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