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원세훈–김재철의 추악한 삼각 커넥션
정보기관 동원한 MBC 점령 작전, 철저히 수사하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지난 일주일 사이에 잇따라 내용 일부를 공개한 문건은 제목부터 충격적이다.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이다.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작성된 이 문건은 김재철 당시 MBC 사장의 취임에 맞춰 이명박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된 것으로 보인다.
문건에 따르면 MBC 파괴 공작의 추진은 3단계로 진행됐다. 간부진에 대한 인적 쇄신과 편파 프로그램 퇴출로 기반을 조성한 뒤, 노조 무력화·조직 개편으로 체질 변화를 유도하고, 나아가 MBC를 민영화시킨다는 계획이다. 문건은 당시의 MBC에서 참여정부 시절 경영진이 노조와 야합해 사내의 위계 질서를 붕괴시키고, 좌파세력에 영합하는 편파보도로 여론을 호도하며 국론분열에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조의 배후 인물과 전임 사장의 인맥을 일소하고, 간부진을 ‘건전성향 인사’로 전진배치하며, ‘편파방송 전력’을 가진 기자와 PD들에 대해 문책인사를 단행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문건에 나오는 내용은 대부분 실행에 옮겨졌다. 김재철 취임에 맞춰 지역사 사장들을 일괄 사퇴시켜 친정체제를 확립하라고 하자, 임기가 남은 지역사 사장 6명이 대거 교체됐다. 국장급·부장급 간부들에 대한 인적쇄신을 요구하면, <PD수첩> 등 시사프로그램들의 보직 간부진이 물갈이됐다. 손석희, 김미화, 김종배 씨 등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진행자와 출연자들도 그들의 눈 밖에 나면 줄줄이 프로그램을 떠났다. MBC 경영진은 2011년 7월 국정원의 지침을 받아 이른바 ‘소셜테이너 출연금지’ 조항까지 사규에 추가해 정권에 찍힌 방송인들의 출연을 제도적으로 봉쇄했다.
특히 노동조합에 대한 파괴 공작은 치밀하고 집요했다. 당시 청와대와 국정원은 노조를 파괴해야 MBC의 체질 개선을 이룰 수 있다고 봤다. 단체협약 개악을 통해 공정방송의 기틀을 무너뜨리고, 파업 등 단체행동에 대해서는 적극 사법처리하고 주동자에 대해 영구 퇴출하라는 극단적이고 불법적인 지침이 버젓이 내려졌다. 실제로 2011년 10월 바뀐 단체협약에서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국장 책임제가 사라졌다. 임원인 담당 본부장이 경영 뿐 아니라 제작 전반에 대한 권한마저 틀어쥐겠다는 속셈이었다. 2010년 39일 파업에 즈음해서는 노조 집행부를 향한 전방위적 형사 고소를 단행하고, 이근행 위원장과 정대균 수석부위원장을 해고했다. 이 위원장에 대해서는 구속영장까지 신청됐다. 심지어 문건에는 이근행 위원장의 임기 만료를 계기로 ‘건전성향 노조위원장 당선’을 측면 지원하라는 지침도 나와 있다. 이 음모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2012년 170일 파업 이듬해인 2013년 3월 MBC에는 사측의 입장에 충실한 제3노조가 만들어진다.
이명박의 청와대와 원세훈의 국정원이 기도한 MBC 파괴의 결말은 민영화였다. MBC를 민간 자본의 품에 안겨 영속적으로 길들이기를 시도하겠다는 음모였다. 실제로 2012년 10월 이진숙 당시 기획홍보본부장(현 대전MBC 사장)은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만나 정수장학회가 소유한 MBC 지분 매각을 논의한다.
결국 지난 수 년간 MBC에서 벌어진 불공정·편파·왜곡보도와 제작 자율성 침해, 수많은 부당노동행위들은 모두 이명박 정권 이후 청와대와 국정원, MBC 경영진의 공동 범죄였음이 드러났다. 집권 세력의 총체적인 MBC 장악 기도에 충실히 부응하며 내부에서 회사를 무너뜨린 범죄자들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한다. 김재철을 계승해 정권과 추악하게 결탁한 MBC의 범죄 집단은 안광한–김장겸 체제로 이어졌다. 김장겸을 비롯한 현 MBC 경영진은 지금이라도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나라. 조합은 MBC 전·현직 경영진의 무수한 범죄 행위를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사법적 단죄를 받게 할 것이다. 검찰은 반헌법적인 범죄 행위자들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라. MBC 파괴 10년의 기나긴 악몽에 마침표를 찍기 위한 노동조합의 총파업투쟁이 오늘로 16일째를 맞았다. 우리는 지난 10년 참담하게 몰락한 MBC의 폐허 위에서 오욕의 과거사를 청산하고 공영방송의 사명을 다하는 새로운 MBC를 재건할 것이다.
2017년 9월 1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