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돌아가는 춘천MBC의 시계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이게 회사냐.” 김동섭 사장이 취임한 지 8개월이 지난 지금, 춘천MBC 구성원들에게서 터져 나오는 한숨 섞인 탄식이다. 72일 간의 파업투쟁으로 MBC의 적폐시대를 마감하고 최승호 사장 체제가 새롭게 출발한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춘천MBC에서는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춘천MBC의 적폐 청산을 위해 출범한 정상화추진단의 조사를 방해하고 조사위원에게 폭언을 한 A씨는 지난 4월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A씨는 징계에 불만을 품고 노동조합 지부장과 조사위원에게 보복하겠다는 위협을 가했고, 지난 8월 다시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김동섭 사장은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보였다. 노사협의회에서 징계가 과하다며 공개적으로 A씨를 두둔했다.
A씨의 폭력은 계속됐다. 지난 15일 A씨는 피해자들이 회사를 통해 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진술서를 입수해, 피해자들을 만나 다시 위협을 가했다. 진술서 유출로 2차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춘천지부는 직원들의 2차 피해를 막고 직원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신속한 격리조치와 진상조사를 회사에 요구했지만, 사측은 “사장이 구두 경고하겠다. 회사 차원의 조치는 없다”는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개인 간 일이니 개인들이 법적으로 해결하라. 또 징계하면 이런 일이 반복된다”는 어이없는 설명도 내놨다.
사내에서 벌어지는 폭력적 언행을 회사가 방치하는 사이 피해 사례는 계속 늘어났다. 급기야 직원들이 A씨와 같이 일할 수 없다며 휴가를 내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직장 내의 최소한의 안전조차 지켜주지 못하는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실망과 분노가 치솟았다. 춘천지부는 결국 김동섭 사장의 출근길에 퇴진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해야 했다. 조합이 조치를 요구한지 9일만에야 오늘자로 회사는 A씨에게 대기발령을 내렸다.
춘천MBC 구성원들은 2017년 전임 송재우 사장과 그를 비호하는 적폐세력에 맞서 285일 동안 퇴진투쟁을 했다. 총파업 승리의 결과 최승호 사장 체제에서 선임된 김동섭 사장이 취임했다. 그러나 김 사장은 적폐청산에 소극적인 태도와 직원들과 소통 없는 일방통행식 경영으로 실망을 안겼다. 여론이 악화되자 김 사장은 지난 7월 뒤늦게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신뢰를 쌓겠다”는 사과문을 냈지만, 결과적으로 말뿐이었다.
존폐 위기에 몰린 지역방송을 살리기 위해서는 노사가 한 마음으로 온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김동섭 사장은 지난 8개월을 갈등으로 허비했다. 이미 그의 리더십은 추락했고 직원들은 등을 돌렸다. 김동섭 사장에게 묻는다. 현재의 사태를 어떻게 풀 것인가?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2018년 10월 2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