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단축, 전략적 결단이 필요하다
7월 1일부터 MBC 위법 상태 돌입
공영방송 MBC가 7월 1일부터 위법 상태로 돌입한다. 방송업을 노동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한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되지만, MBC는 법을 지킬 수 없게 됐다. 어떠한 조치도 준비되지 않은 채 7월 1일을 맞게 된 것이다.
방송 종사자들에게는 ‘월화수목금금금’ 밤샘 촬영 – 밤샘 편집, 야근과 휴일근무가 일상이었다. 근로기준법의 특례업종으로 분류돼 불법이 아니라는 이유로, MBC 역시 수십 년 동안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에 기댄 경쟁력 확보를 당연하게 여겨왔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과거와 단절해야 한다. 공영방송이 불법을 저지를 수는 없다.
노동조합은 지난 4월 노보를 통해, 노동시간 단축 문제 해결을 위해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세 가지 원칙을 밝혔다. 첫째, 주 68시간, 주 52시간 노동이 지켜져야 하며, 실질임금 하락은 최소화하고 초과 공짜노동은 원천 봉쇄한다. 둘째, 방송업의 특수성과 공영방송 서비스의 지속가능성을 감안해, 탄력적이고 유연한 자세로 해결방안을 찾는다. 셋째, MBC만이 아닌 방송산업 전체가 법 개정으로 인한 급격한 변화에 구조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방송사들 간의 산별 교섭과 방통위를 통해 문제를 푼다. 노동조합은 이러한 원칙 하에 그동안 현업 종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전달하고, 사측의 각성과 성의 있는 협상안을 기다려왔다.
그러나 사측은 오늘까지 노동조합에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대응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노동시간 단축 문제는 방송산업에 미칠 영향, 그에 따른 MBC 경영전략 전반과 프로그램 제작 시스템의 전환에 이르기까지, 전략적 관점과 세밀한 대응이 필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그동안 사측은 턱없이 부족한 인력을 투입해 당장 불법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땜질 처방을 마련하는 데만 급급했다. 그조차도 내놓는 데 실패했다. 노동조합은 당장 노동시간을 줄이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과도기적으로 여러 종류의 유연한 제도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까지 전달했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MBC는 노사 서면합의 없이 불법 상태로 7월 1일을 맞게 됐다.
노동조합은 그동안 몇 차례 노사 간담회를 통해 요구를 전달하고 사측의 답변을 기다려왔다. 결국 법 시행을 코 앞에 둔 상황에서 노동조합의 요구에 따라 지난 26일 공식 노사협의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노동조합은 사측의 결단을 재차 촉구했다. 사측은 일단 그동안의 태도와 조금 달라진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 자리에서 노사는 “최종 목표는 노동시간의 실질적 단축이며, 재량근로시간제를 비롯해 법을 초과하는 유연한 제도는 과도기적, 한시적 대응일 뿐”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또 “당장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의 노동인권 침해를 줄이기 위한 편성 전략의 수정과 제작 지원 방안, 예능 프로그램 제작의 살인적 노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제작 지원 방안, 더 나아가 방송산업의 거대한 지각 변동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도 확인했다.
MBC는 지금 거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 변화된 환경에 전략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지속가능한 공영방송 서비스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이다. 당장의 비용상승은 분명한 부담이지만, 이를 통해 디지털 시대에 훨씬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선택 압력이 우리 앞에 놓였다. 노동조합은 법망을 피해 무제한 초과 노동을 허용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단호하게 반대한다. 노동시간의 실질적 단축을 요구한다. 이 문제는 당장 눈앞의 비용 상승, 프로그램 제작의 어려움에 대한 우려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법을 준수하고 노동인권을 존중하면서도 동시에 창의적인 경쟁력의 새로운 원천을 확보하고 새로운 전략을 짤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MBC가 빠른 시일 안에 불법 상태를 해소하고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전략적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사측의 성실한 협상안을 기다리겠다.
2018년 6월 2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