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MBC의 적폐청산, 제대로 가고 있나
방문진 사무처장 선임을 철회하라
여러 논란과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MBC 윤병철 부국장이 방송문화진흥회 사무처장에 선임됐다. 방송문화진흥회 사무처장은 공영방송 MBC의 관리감독 실무와 재정을 총괄하며 이사회를 보좌하는 사무처의 최고 책임자이다. 공영방송의 독립과 경영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실무능력이 두루 요구되는 자리이다. 사무처장에 대한 인사권이 이사장과 이사회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모 절차가 도입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이번 선임에 대해 노동조합은 납득할 수 없다. 다수 이사들 사이에 윤병철 씨가 적절한지를 놓고 이견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표결이 강행됐다. 박근혜 정권이 임명한 적폐 이사들의 표에까지 기대어 윤병철 씨가 선임된 것은 충격적이다.
윤병철 씨는 지난 9년 방송독립 침해에 저항하거나 항의하는 어떠한 언행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는 김재철–안광한 체제에서 신사옥건설국 부국장, 용인 드라미아 단장, MBC 꿈나무축구재단 사무처장 등의 보직을 맡았다. 그의 이력만으로도 이미 공영방송 관리감독 기구의 중책을 맡기기에 적절한지 의문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MBC 구성원들의 신망이 없다는 점이다. 관리감독 기구의 실무 책임자가 관리감독 대상인 MBC 구성원들로부터 신망을 받지 못한다면 이사회의 권위가 서겠는가.
심지어 윤 씨는 성희롱 시비에까지 휘말린 전력이 있다. 10여년 전 일었던 의혹에 대한 MBC 구성원들의 기억은 생생하다. 시간이 오래 흘렀고 당시 진상조사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은 묻지 않을 수 없다. 굳이 왜 윤 씨여야 하나? 공영방송의 독립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이력을 지닌 분들이 그렇게도 없는가?
이완기 이사장은 그의 “실무능력을 높이 샀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이들이 제대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적폐 청산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후퇴시키고, MBC 정상화라는 구성원들과 시청자들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후퇴하고 무너지면 더 이상 MBC에 미래가 없다.
“실무 능력을 높이 샀다”는 말은 익숙하다. 바로 MBC 박영춘 감사가 했던 말이다. 이번 윤병철 씨의 사무처장 선임 배경에 박영춘 감사가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박 감사가 2005년 인력자원국장에 오르자마자 총무부장으로 발탁한 이가 바로 윤병철 씨이다. 어제 이사회를 앞두고 이완기 이사장과 점심식사를 함께 한 사람도 박영춘 감사였다.
그동안 노동조합은 감사가 독립기구라는 점을 고려해 인내를 갖고 언급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구성원들 상당수가 “실무능력이 중요하다”는 명분으로 이뤄진 감사국 인사발령을 보며, MBC의 적폐 청산과 철저한 감사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노동조합은 요구한다. 이완기 이사장과 방문진 이사회는 즉각 사무처장 선임을 철회하기 바란다. 더 이상 MBC 개혁을 바라는 구성원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바란다.
2018년 1월 3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