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피디들이 제작중단에 들어간 지 한 달이 지났다. 열 명의 PD들로부터 시작된 제작중단 업무중단 선언은 직종과 부문을 막론하고 사내 전 구성원들로 급속하게 확산하고 있다. 오랫동안 쌓여온 적폐를 걷어내고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공영방송으로 MBC를 재건하자는 구성원들의 열기는 한여름 폭염보다 뜨겁다. 보도국 외 부서에서 일하는 기자들과 아나운서들로까지 제작 및 업무거부가 확산된 지금 MBC는 거의 기능을 멈췄다.
그러나 구성원들의 충정을 회사는 외면하고 있다. 방송을 정상화하려는 의지와 노력은 보이지 않고, 일부 보직자들은 불편한 상황을 피해 휴가를 갔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무정부 상황. 이 말 말고 지금의 MBC를 표현할 다른 표현을 찾기 어렵다.
의사에 반하는 인사발령, 부당 전보, 블랙리스트에 의한 배제 등으로 제작부서를 떠난 뒤에도 우리는 스스로가 피디라는 사실을 잊은 적이 없다. 프로그램을 통해 말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맡겨진 업무를 해오면서 우리는 방송인으로서 최소한의 자존감이라도 지키기 위해 애썼다. 제작부서에 남아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는 동료들을 보면서 그들이 놓여 있는 힘든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응원했다.
그렇게 PD라는 이름을 놓은 지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5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회사는 처참하게 망가졌다. 뉴스 시청률이 애국가 시청률과 비교되는 지경으로 추락했다. 최고의 신뢰도를 자랑하던 시사프로그램들은 존재감을 잃었다. 예능 피디들과 드라마 피디들은 더 이상 희망이 없는 회사를 등지고 떠났다. 속수무책 보고만 있어야 하는 우리들의 처지는 참담했다. 비제작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가 이럴 진대 현업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들의 괴로움은 어땠을지 굳이 말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한다.
당장 제작현장을 등질 수 없는 동료피디들을 대신해 경영진에게 묻는다.
거의 모든 구성원들의 퇴진 요구가 들리지 않는가. 지금 MBC의 상황이 보이지 않는가. 당신들은 세상의 변화를 누구보다 앞서 감지하고 예측하며 세상사를 누구보다 먼저 알리고 분석해야 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온 기자 피디 경영인 기술인 출신이 아닌가.
MBC를 영영 회생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어놓고 떠나겠다는 것인가.
도대체 이 지경이 된 마당에 끝까지 버티는 이유가 무엇인가.
본래의 자리에서 쫓겨나고 유배당한 우리들이 요구한다.
김장겸은 당장 물러나라.
더 이상 MBC를 이끌 능력도 도덕성도 없는 자가 끝까지 버티며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임원들도 당장 물러나라.
김장겸과 한 몸이 되어 MBC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것도 모자라 무에 더 챙길 것이 있다고 버티는 것인가.
이미 노조가 파업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마당에 우리가 굳이 업무중단을 결의하는 까닭은 당신들 부정부패국정농단세력의 공범 공영방송농단 MBC몰락의 주범들과는 더 이상 단 하루도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제작부서에 소속된 우리 PD들은 2017년 8월 23일 18시를 기해 맡고 있는 모든 업무를 거부한다. 당신들이 물러날 때까지 우리는 업무중단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17년 8월 23일
MBC 비제작부서 소속 PD들
[자산개발국 테마투어사업부]
유현 임재윤
[매체전략국 미래방송연구소]
김원 김종민 이길섭 정성후 조수현 조정선
[매체전략국 신매체개발부]
김재희
[광고국 광고기획부]
윤석호
[문화사업국 경기남부총국]
박대환
[문화사업국 경기북부총국]
허진호
[문화사업국 인천총국]
유한기
[문화사업국 제작사업부]
박건식
[신성장사업국 다큐영화TF]
유해진
[콘텐츠사업국 해외유통사업부]
안준식
[신사업개발센터(여의도)]
신석균 전여민
[심의국]
강정민 김민식 송일준 안혜란 윤미현 전배균 정길화 최병륜 한홍석 홍지은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구로)]
김영호 박관수 이근행 이정식 이창호 임채유 임채원 허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