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방문진 이사가 되면 MBC의 편성과 인사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함윤근 변호사의 그릇된 인식에 개탄하며 이 같은 인물이 방문진 이사로 선임될 경우 또다시 언론의 자유와 공영방송의 독립성이 무참히 훼손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함 씨가 방통위에 제출한 방문진 이사 지원서를 보면 과연 함 씨가 방송과 방송 제작, 방송사 운영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가지고 있는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 방송문화진흥회법 제6조는 방문진 이사의 선임 기준으로 “방송에 관한 전문성과 사회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검사 출신인 함 씨는 방송 관련 경력이 전무한데다 자신이 법률 전문가임을 수차례 강조하면서도 정작 방문진법에 대해서는 기초적인 지식이나 단편적 이해조차 없음을 스스로 고백하고 있다.
방문진 이사회는 MBC의 경영기구가 아닌 경영 ‘관리‧감독’ 기구이다. 방문진법 제10조는 이사회의 기능을 공적책임, 경영평가, 정관변경, 사장추천 등에 대한 심의‧의결로 한정하고 있다. 어디에도 방문진 이사가 MBC 내 인사에 개입하거나 방송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은 명시돼 있지 않다. 그런데도 함 씨는 직무수행계획서에 버젓이 MBC의 공정방송협의회와 편성위원회, 뉴스와 방송프로그램에 관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그는 “소수노조원이 주축이 되어 제작한 뉴스와 방송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편성하겠다”고 했다. 이는 방문진 이사의 월권을 넘어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침해하는 심각한 사안이다. 또 “MBC 보도국 내 거의 모든 보직간부들이 언론노조원인 현재의 실정에 대해 통계적 분석을 실시해 만약 어떤 편향성이 나타난다면 이를 시정하는데 일조하겠다”고도 했다. 뉴스 콘텐츠의 발전 방향과 비전 제시는 없이 인사권 개입 등의 비뚤어진 인식만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함 씨가 권력과 자본의 언론 탄압에 맞서 싸워 온 언론인들에 대해 보여주고 있는 편향적 적대감은 과연 공영방송 역사의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특정 진영의 정치적 후견을 받고 있기 때문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공영방송 종사자가 언론을 장악하려는 세력과 타협하고 동조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경계해야 할 지점인지에 대한 고민과 인식이 지나치게 결여되어 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함 씨의 변호사 시절 경력 역시 공영방송의 이사로서는 상당히 부적절한 지향점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2010년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장을 끝으로 검찰을 나와 로펌을 운영하면서 사회적 약자 대신 기득권의 입장만을 변호해왔다. 세탁기 관련 재물손괴 등 LG전자 사건, 배임·횡령 등 형제간 분쟁 효성그룹 사건, 배임 관련 KT 회장 사건 등 주로 대기업 사건이다. 특히 검사복을 벗기 직전 효성그룹 사건을 수사한 함 씨가 변호사 개업 이후 또다른 효성 사건에 관여한 것은 법 위반은 피할 수 있다 해도 공영방송 이사로서의 소양과는 거리가 멀다. 함 씨는 서지현 검사 사건의 가해자인 안태근 전 검사장과 돈 봉투 만찬의 장본인인 이영렬 전 지검장의 변호도 맡았다. 늘 약자의 반대편에 서서 약자를 공격하는 프레임을 짜거나 강자의 범죄 사실 앞에서 기득권 보호에 앞장 서 온 인물이 이 사회의 약자와 눈높이를 맞춰야 하는 공영방송의 이사로서 어떻게 공적 책무를 다 할 수 있겠는가.
언론노조 MBC본부는 공영방송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과 상식조차 갖추지 못한 채 방송장악의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함윤근 변호사를 결코 방문진 이사 후보로 받아들일 수 없다. 조합은 방송통신위원회에 부적격 인사인 함윤근 씨를 방문진 이사 후보에서 철저히 배제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는 바이다.
2021년 7월 2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