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장은 시대착오적 언론관을 버려라!
지난 2월 ‘31번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대구시는 코로나19의 걷잡을 수 없는 확산으로 감염의 공포가 시민의 일상생활을 집어 삼켰다. 불안과 혼돈의 시기 최일선에서 사태를 헤쳐 나가야 할 권영진 대구시장의 행보는 어떠했나. 신천지 교회에 대한 미온적 태도와 한마음 아파트 대량 확진자 감추기, 긴급생계자금과 의료진 수당 지급 미루기 등으로 미숙한 재난 대응 능력을 드러냈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그리고 시의회에서 가벼운 부딪힘을 핑계로 쓰러진 뒤에는 위험에 처한 시민을 나 몰라라 한 채 재난 현장을 지키지 않았다.
대구MBC는 당연히 재난 대응의 문제점을 보도하며 언론 역할에 충실했다. 하지만 권 시장은 정당한 보도와 논평을 문제 삼아 언론중재위에 2건이나 제소했고, 급기야 방송 진행자인 기자를 명예훼손과 모욕죄로 고소하기까지 했다. 재난 대응에는 허술했던 때와 달리, 자신을 비판한 언론에 대한 법적 조치는 꼼꼼하고 신속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정당한 쓴소리에는 발끈해 제동을 걸면서, 뜬금없는 홍보성 기사는 자신의 블로그를 동원해 자랑을 일삼고 있다. 과연 이런 행태가 재난에 휩싸인 광역시를 책임지는 자치단체장의 품격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명예는 전염병 공포에도 의연히 가족과 지역사회를 지켜낸 시민들의 것이지, 마땅히 해야 할 책무는 갈피를 못 잡고 정치적 이미지에만 연연하는 시장을 위한 것이 아니다.
코로나 19는 각고의 노력으로 잠시 한숨을 돌린 국면일 뿐 여전히 폭발적 재확산이라는 잠재적 불안을 안고 있다. 특히 대구지역은 석 달여 동안 멈춰버린 경제활동 때문에 시민들은 실직과 소득감소로 고통을 겪고 있다. 사회적 안전망 밖의 약자들은 생계까지 위협받는 형편이다. 권영진 시장은 현재 진행형인 재난 극복에 온종일 매달려도 시간이 모자라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비판 언론을 겁박해서 논조를 바꿀 수 있다는 망상에서 벗어나라. 합법을 빙자한 무차별 소송으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발상을 당장 집어치워야 한다.
대구지역은 유례없는 감염 공포 속에서도 전국의 의료진의 헌신과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국민적 연대로 코로나19의 그늘을 벗어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권영진 시장의 역할에 대한 평가는 결코 후하지 않음을 뼈저리게 참회해야 한다. 대구MBC는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위기를 극복해 나가며,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는 언론 고유의 사명을 지켜왔다. 권영진 시장은 숱한 미담을 쏟아내며 위기극복의 저력을 입증한 대구의 자긍심에 더 이상 누를 끼치지 말고, 시대착오적인 언론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2020년 5월 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