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유죄, 법의 심판이 시작되었다
마침내 법의 심판이 내려졌다. 지난 7일, 법원은 공영방송 MBC를 장악하고 파괴하려던 MB정권의 낙하산 김재철에게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등의 실형을 선고하였다. 공정방송을 지키려던 MBC 노조원들을 현장에서 부당하게 배제하고 인사평가를 무기로 노조탈퇴를 유도하는 등 노동조합 운영에 개입한 혐의가 명백히 인정되었다.
김재철의 범죄행각은 너무나도 뻔뻔했고 노골적이었다. 노조원 9명을 부당 해고한 것도 모자라 80여 명을 ‘묻지마 징계’하고 70여 명을 부당 전보했다. 피해자들이 법원으로부터 부당함을 확인받아도 ‘신천교육대’ 등 또 다른 유배지를 만들어 끊임없이 보복하였다. 이러한 노조 파괴행위는 안광한, 김장겸, 백종문, 이진숙 등 후임 경영진에게 고스란히 답습되었다. 이들은 ‘유사 김재철’이 되어 지속적인 노동탄압을 통해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에 철저히 부역하며 개인의 영달을 누렸다. 김재철에 대한 유죄 판결은 바로 이들에 대한 법의 심판의 시작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겪었고, 알고 있는 김재철의 죄질에 비하면 이번 판결에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 MB정권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과 김재철이 공모한 공영방송 장악 공작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방송장악은 국정원장의 직무가 아니므로 국정원장에게는 남용할 직권이 없다는 논리였다. 이에 따라 김재철도 방송장악 혐의에 대해서는 덩달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힘든 법리적용이 아닐 수 없다. 국정원장이 권한도 없는 방송 장악을 공작하고 실행했다면 더 심각한 위법 상황 아닌가? 가지고 있는 권한을 과도하게 쓴 것만 남용이고, 애초부터 없는 권한을 휘두른 건 처벌할 수 없다는 말인가? 언론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고, 방송독립이라는 법률적 토대를 무너뜨린 엄중한 행위에 대해 단죄하지 못한다면, 촛불 시민이 마련해 준 언론개혁은 완성되지 못할 것이다.
이런 법리와 상식의 괴리를 의식해서인지 1심 재판부도 김재철에 대해 “법리적인 이유로 다수의 공소사실에서 무죄라고 보지만 행위가 합법이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적어도 이번 판결이 김재철이 저질렀던 공영방송 파괴 행적에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그런데도 판결 직후 김재철은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자신은 적폐 정권의 희생양”이라며 그야말로 ‘아무 말’을 늘어놓았다. 자신의 패악질을 정치권의 진영 논리 뒤에 숨어 포장하려는 저열한 수작에 불과하다.
지금 김재철은 물론 그에 부화뇌동하던 적폐 부역자들까지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헛되고 불순한 꿈을 꾸고 있다. MBC를 망쳤던 자들이 이제는 정치를 망치고 민주주의를 망치려 하고 있다. 김재철의 입으로 온갖 궤변을 일삼았던 이진숙을 비롯해 하나같이 공영방송 MBC의 공정성을 무너뜨리고, 노동조합의 공정방송 투쟁을 폄훼하면서 사리사욕을 챙겼던 이름들이다. 적폐 정권, 적폐 정당에나 어울릴 이름들이다.
분명히 경고한다. 김재철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결국 범죄자이다. 수많은 악행 가운데 일부만 유죄로 인정됐는데도 이미 피선거권이 박탈될 수준의 형량이 나왔다. 김재철과 적폐 정권에 부역했던 자들의 반민주적 행태도 속속 만천하에 낱낱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이들을 비호하는 자, 그들이 아직도 언론장악을 노리는 민주주의의 적들이다.
2020년 2월 1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