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께 묻습니다. 언론적폐 청산이 입맛에 맞는 사장으로의 교체입니까?”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도리어 언론장악 시도로 규정짓는 이 ‘적반하장’은 MBC 경영진 누군가가 내뱉은 말인가. 아니면, 경영진과 한 몸처럼 움직이는 보수 야당의 논평인가. 아니다.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의 ‘MBC 소식’이라는 계정에 등장한 글이다.
드라마와 메이저리그 야구 등 MBC 프로그램을 홍보하던 이 계정에는, 이달부터 경영진의 일방적인 입장이 담긴 선전물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노조 파업의 목적이 마치 정파, ‘블랙 아웃’인 것처럼 본질을 호도하거나 “(현 상황을) 당당하게 극복하자”는 김장겸 사장의 아전인수식 발언이 소개되기도 했다. 비대위의 확인 결과, 이 계정의 주인이자 글의 작성자는 회사 정책홍보부임이 드러났다. 해당 부서장은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막고 알릴 것은 알려야 하는 게 부서 역할”이라며 작성을 시인했다.
파렴치한 사유화다. 한낱 경영진의 궤변을 MBC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눈속임이다. 회사 내 모든 구성원들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과 인력을 일부 경영진의 보신을 위해 동원한 배임 행위다. 지금껏 그래왔듯, MBC가 국민의 재산임을 부정하고 자신들을 위한 ‘선전 도구’ 쯤 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망상의 결과물이다. 정작 MBC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한 건 이처럼 안면몰수한 채 주인 행세를 해 온 경영진과 영혼 없는 추종자들이다.
이 뿐인가. 뉴스를 통한 공영방송 사유화는 이미 임계점을 한참 넘어섰다. 지난 1월, 안광한 전 사장이 정윤회와 독대했다는 TV조선과 미디어오늘 보도와 관련해 사측은 해당 매체와 기자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당시 뉴스데스크는 세 차례에 걸쳐 기자가 직접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무책임한 의혹” 등의 단정적 표현을 써 가며 경영진의 입장을 대변했다. 국민적 의혹에 대한 검증은, 그 형식적인 흔적조차 없었다. 뉴스가 곧 ‘구사대’였다.
하지만 지난 9일 검찰은 “피고소인들이 취재를 통해 사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보이고, 방송 공정성과 관련된 합리적 의심을 갖고 보도했다”며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이와 동시에 검찰은 안 전 사장에 대한 무고죄 수사에 착수했다. 현재 진행 중인 수사를 통해 무고 혐의가 드러날 경우 안 전 사장은 10년 이하의 징역, 혹은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사측의 일방적 주장과 무리한 고소 사실을 전하는데 전파를 수차례 낭비한 MBC 뉴스는, 막상 수사기관이 내 놓은 이 결과엔 침묵했다. 정작 무책임한 의혹을 제기한 건 자신들이었음을 자인한 셈이다. 경영진을 지키겠다고 국민의 재산을 함부로 가져다 쓴 방송 사유화 세력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이 지경인데도 김장겸 사장은 ‘언론 자유와 방송 독립’을 위해 사퇴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움켜쥔 방송을 손에서 놓지 못하겠다는 뻔뻔한 고백이자 국민을 향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경고한다. 경영진과 보도 책임자들은 MBC에 대한 사유화를 중단하라. 지금의 범법 행위가 반복될수록 치러야 할 대가가 커질 뿐이다. 우리는 공영방송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일체의 시도를 기억하고, 또 기록할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것일지라도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상기하지만, MBC는 한 개인이나 집단의 소유물이 될 수 없다. MBC의 주인은 오직 공영방송의 제 역할을 염원하는 국민일 뿐이다.
2017.08. 31
기자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출처] <비대위 성명> MBC 사유화를 중단하라|작성자 MBC 기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