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김장겸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자유한국당은 기다렸다는 듯 국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정당, 그것도 제1야당이 현행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방송사 사장, 적법 절차를 무시한 피의자를 앞장서 지키겠다며 국회 일정을 거부한 것이다. 한국당은 김장겸 사장을 두고 ‘혼자의 몸이 아니다’라고까지 했다. 이로써 그동안 MBC 뉴스가 누구를 바라보며 왜곡 편파 보도를 일삼아왔는지 만천하에 드러났다. 공영방송 MBC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공범자’들이 스스로 가면을 벗어던지고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급기야 김장겸 사장 측이 국민의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시 안철수 당대표 후보에게 “MBC가 도와줄 일이 없느냐”고 물으며 구명 활동을 벌인 사실도 확인됐다. 국민의 것이어야 할 전파를 그동안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해 사유화해왔다는 고백이자 증거다.
참담하다.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존재 이유인 언론, 그 언론을 이끌겠다는 경영진이 특정 정치 세력과 한 몸이 된 지금의 상황은 우리 기자들이 왜 더 이상 기사를 쓸 수 없는지, 그 이유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볼썽사나운 적폐의 민낯이 드러났음에도 경영진과 보도 책임자들은 여전히 뻔뻔한 눈속임으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오정환 보도본부장은 ‘급박한 국가적 위기’ 운운하며 현업 복귀를 종용했다. 또 “MBC는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이며 파업으로 방송을 파행시킬 때가 아니”라고도 했다.
묻는다. 세월호 참사와 국정농단, 촛불 집회 등 사회적 현안이 등장할 때마다 중요 팩트를 누락하고 특정 세력의 유불리를 따져 왜곡 방송을 해 온 것은 누구인가. 방송 농단을 일삼은 자들이 뉴스 가치의 경중을 논할 자격이 있는가. 사익을 위해 국민을 기만해온 적폐 세력이 ‘국가적 위기’ 운운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양심적인 기자들을 현업에서 내쫓을 땐 언제고 ‘역량을 모아야 한다’며 ‘일터로 돌아와야 한다’며 협박하는 뻔뻔함은 어디에서 오는가.
김장겸 사장이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새벽 시간 보도국을 돌며 껍데기만 남아있는 뉴스를 챙기는 ‘쇼’가 아니다. 피의자 김장겸은 자신의 이름 앞에 놓인 수많은 범법 행위와 전파 사유화 시도를 먼저 되돌아보라. 버티기와 물타기, 정치권력의 비호로 생명을 연장할 수 있었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공생 관계인 정당과 손잡은 채 어처구니없는 피해자 행세에 골몰해봤자 적폐의 찌꺼기를 한 치도 씻어낼 수 없음은 물론이다.
다시 한 번 천명한다. 우리 기자들은 피의자 김장겸이 사장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절대 취재 수첩을, 마이크를 들지 않을 것이다. 사실을 전달하고 진실을 추구해야 할 우리의 사명에도 불구하고 이미 사회적 흉기가 되어버린 MBC뉴스를 위해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시급하고 무거운 사명은 김장겸과 그 일당의 손으로부터 MBC를 본래 주인인 국민에게 돌려놓는 일이다. 피의자 김장겸과 공범자들은 공영방송을 유린한 그 더러운 입으로 더 이상 ‘국민’을 들먹이지 말라. 그 가증스러운 기만에 속아 넘어갈 ‘국민’은 이제 남아있지 않다.
2017. 9. 6
MBC 기자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출처] <비대위 성명> 더 이상 ‘국민’을 들먹이지 말라|작성자 MBC 기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