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세력의 준동…방문진이 적폐들의 집합소인가

극우 세력의 준동방문진이 적폐들의 집합소인가

 

  말 그대로 가관이다. 어처구니가 없어 말문이 턱 막힌다. 다시는 보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았던 인물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이름을 올렸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오늘 공개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지원자 명단은 적폐들의 집단 준동에 다름 아니다. 32명의 지원자 중 이명박·박근혜 시절, 김재철·안광한·김장겸 사장 아래 MBC를 망가뜨리는데 앞장섰던 주역들이 대거 지원했다. 이들은 마치 선명성을 경쟁하듯 지원서에 극우적 시각을 대놓고 드러냈다. MBC장악에 혈안이 돼 있는 윤석열 정권이 방문진 이사 선임을 강행한다면 MBC를 관리·감독하는 방문진은 부적격 적폐 극우인사들의 집합소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백종문·윤길용·이우용·노혁진MBC몰락 주역들은 물러가라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백종문이다. 김재철 사장부터 김장겸 사장 때까지 편성제작본부장, 미래전략본부장, 부사장까지 자리를 꿰차며 편파방송과 부당인사, 노조 탄압의 전면에 있었던 1급 적폐 인사다. 당시 ‘최승호 PD, 박성제 기자를 아무 증거 없이 해고했다’며 큰소리쳤던 녹취록의 주인공이자, 각종 부당노동행위로 징역 1년형까지 받은 범죄자다. 이제는 극우단체의 선봉에서 MBC 사옥 주변을 볼썽 사나운 조화로 어지럽히는데 앞장선 것도 백종문이다. 지난 2월, 김장겸 등과 함께 비상식적인 사면을 받더니, 뻔뻔하게도 방문진 이사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일각에선 백종문이 방문진 이사장을 맡을 것이란 얘기까지 들린다. 윤석열 정권은 김장겸을 국회의원으로, 이진숙을 방통위원장 후보로 내정한 것처럼, 오로지 MBC 장악을 위해 범죄자들까지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윤길용, 이우용, 노혁진은 김재철 사장 시절 각각 시사교양국장, 라디오본부장, 편성국장으로 국정원의 MBC장악 문건대로 해당 부문을 황폐화시켰던 주역이었다. 윤길용은 시사교양국장 당시 최승호, 한학수 등 PD들을 유배지로 부당전보하고 PD수첩을 무력화시킨 공으로 울산MBC사장, MBC NET 사장까지 맡는 호사를 누렸다. 이우용은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라디오 진행자를 하차시키고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춘천MBC 사장, MBC C&I 고문까지 맡았다. 노혁진은 안광한의 후광을 입고 편성국장과 라디오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더니 MBC 플레이비 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이들 외에도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무려 5년에 걸쳐 MBC플러스에서 이사부터 사장까지 차지했던 한윤희, MBC C&I 부사장까지 했던 성보영 등 적폐 시절 권력의 MBC 장악에 부역하며 일신의 안락을 취했던 인사들이 이제는 방문진 이사까지 하겠다고 나섰다.

 

차기환·김성근·김병철염치없는 부적격자들 또 지원

 

  현재 방문진 이사인 이들도 연임을 하겠다며 지원서를 들이밀었다. 하나같이 편향되고 부적절한 인사들이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차기환이다. 지난 2009년과 2012년 방문진 이사를 2번이나 연임하며 MBC 몰락에 일조했던 차기환은 지난해 보궐이사로 다시 방문진 이사 자리를 꿰차더니, 4번째 이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차기환은 5.18 관련 허위 주장과 거짓 사실을 수년간 지속적으로 유포하고, 세월호 참사 특조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극우적 성향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문제의 인사다. 적폐 시절 방문진 이사로서 MBC의 경영 뿐 아니라 편성과 보도, 제작에 끊임없이 관여하며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흔들고, 언론의 자유를 위해 목소리를 낸 구성원들을 대거 인사조치 하는 등 경영진의 부당한 인사권 행사에도 적극 동조했던 인물이다. 방문진 이사가 되어선 절대 안 될 인물의 표상이 바로 차기환이다.

 

  김성근이 나선 것도 뻔뻔하기 그지없다. 지난해 권태선 이사장 해임 직후 방문진 보궐이사로 임명됐다가 법원의 임명 집행정지 결정에 따라 임명이 취소됐었는데, 다시 지원서를 제출했다. MBC에서 지난 2014년 디지털본부장에 이어 2017년 방송인프라본부장까지 임원 자리를 연임했던 김성근은, 그 기간 무려 5천만 원에 달하는 법인카드를 부당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골프 비용에 집중됐는데, 업무용이 아닌 사적인 골프 모임에 반복적으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상품권은 물론, 대량의 숙취 음료 구입에도 법인카드를 습관적으로 긁었다. 김성근 본인도 부정사용을 인정했고, 결국 변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상 횡령으로 수사를 받았어야 할 사안인데, 그랬던 김성근이 MBC를 관리·감독하는 방문진 이사를 하겠다고 나선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말이지 우열을 가리기 힘든 부적격 적폐 인사들의 향연이다. 앞서 언급한 이들은 당시 권력의 MBC 장악 현실을 다룬 다큐멘터리 <공범자들>의 주역이자, 극중 최승호 감독이 “잘들 산다, 잘들 살어”라며 한탄했던 대상들이다. 이들이 뻔뻔하게 지원서에 현재의 MBC와 언론노조를 대놓고 비난하며 MBC를 관리·감독하는 방문진 이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욕망의 비루함은 차치하더라도, 하나같이 자격 없는 이들을 대거 준동하게 만든 현실은 말 그대로 윤석열 정권이 야기한 역사의 비극적 퇴행이다.

 

방통위는 위법적인 방문진 이사 선임 당장 중단하라

 

  방통위는 이번주 금요일까지 지원자들에 대한 형식적인 의견 청취 과정을 거친 뒤 이사 선임 절차를 이어갈 태세다. 국회에서 방송3법 개정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이사 선임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없다며 위증까지 서슴지 않았던 방통위는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 사퇴 직전 이사 선임 절차를 개시했다. 비정상적으로 2명이 중대한 결정을 한 것만으로도 위법적 소지가 큰데, 지금은 이상인 1명만 남은 상태에서 이사 선임 절차를 밀어붙이고 있다. 권력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확정해놓고 이진숙이 임명되자마자 이사 선임 의결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오직 MBC 장악의 광기(狂氣) 외에는 설명할 수 없는 비상식·비정상적 작태다.

 

  방통위는 위법적인 방문진 이사 선임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 선봉에 서서 공영방송 MBC를 장악하려는 시도를 당장 멈추라. 이진숙이 함부로 방송법, 방통위법 1조를 입에 올리는 코미디 같은 현실이지만, 해당 법령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 공영방송의 공영성을 강조한 조항이다. 지금 방통위의 행태는 하나같이 방송법과 방통위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조합은 위법적인 방통위의 행태에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다. 정권에 부역해 법률 위반에 동조한 방통위 직원들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정권은 유한하다. 국민의 인내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MBC 장악 시도를 즉각 멈추지 않는다면, 윤석열 정권은 감당할 수 없는 국민적 분노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2024715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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