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실천으로 증명하라
“공영방송은 정치에서 독립해야 한다.”
공영방송의 독립과 언론자유를 위해 싸우다 작고한 故 이용마 MBC 기자가 생전에 그토록 염원했던 바람이다. 이용마 기자는 정치권력이 언론을 장악하면 진실이 은폐된다며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이 언론개혁의 핵심이라고 했다.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KBS와 MBC, EBS의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임방식을 규정한 것이다. MBC의 경우 현재 9명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구성을 13명으로 늘리되, 과반수가 넘는 7명을 정치권이 추천토록 하고 있다. 사장의 경우에는 2백 명 이하의 ‘사장후보시청자평가위원회’를 통해 선출토록 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특히 성별, 연령, 지역 등을 반영해 사장평가위원회를 구성토록 하는 부분은 무작위 추첨을 통해 100명 규모의 이른바 ‘국민대리인단’을 선출하자는 이용마 기자의 제안과 가장 가까운 것으로 평가한다.
이에 따라 공영방송 사장 선출 과정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개입을 차단하고 공영방송의 통제권을 주인인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측면에서 이번 개정안을 환영한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정부나 정치권이 개입할 여지를 남겨둔 것은 여전히 우려스럽다. 사장 선임을 위해 ‘사장후보시청자평가위원회’를 두도록 했지만 위원 구성을 어떤 기준으로 할지 불분명하고 사장평가위원회의 평가결과를 70% 이상 반영토록 하한선을 둔 부분이 그렇다. 또한 이사회 구성에도 여야추천을 법에 명시해 정치적 후견주의를 여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걱정과 우려가 앞서는 것은 공영방송의 사장 선출에 국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완결성 보다 이를 실천하려는 의지가 퇴색되고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는 더딘 움직임이다. 촛불혁명 이후 집권한 현 정부와 여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해 왔다. 20대 국회도 그랬고 21대 국회도 그렇다. 그러나 21대 국회는 개원한 지 1년 가까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논의의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공영방송 사장을 국민이 뽑도록 한 이른바 ‘정필모 의원의 개선안’도 지난해 11월 발의된 뒤 논의에 더 이상 진전이 없다. 법안을 발의하면서 시급히 논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정작 논의조차 하지 않는 건 의지가 없는 것이다. 정치권은 이미 다음달 서울 부산 등 재보궐 선거를 핑계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을 현안이 아니라고 한다. 1년 뒤에는 새로운 대통령 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비정상화의 정상화는 말이 아닌 실천이다.
2021년 3월 1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