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 비상임이사 추가선임 철회하라
회사가 오는 28일 부산과 경남, 대구와 광주 4개 지역사의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사외이사와 비상임이사 1명씩 2명의 이사를 추가로 선임하겠다며, 21일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 사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추가 선임하는 비상임이사는 대주주가 추천하는 서울MBC 임원을 말한다. 현재 대부분의 지역사는 4인 이사체제이지만, 이들 4개사는 지역사 구성원들로부터 옥상옥, 적폐 옹호 비판을 받던 상무이사를 해임한 뒤 보궐 이사를 임명하지 않아 이사 3인으로 운영돼 왔다. 임시주총에서 이사 2명을 추가로 선임하면 해당 사는 5인 이사체제로 바뀌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의사결정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추고, 지역방송에 식견이 있는 인사를 선임하는 것을 전제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것에 찬성한다. 그러나 비상임이사 추가 선임에는 반대한다. 왜 그런가?
방송통신위원회는 2016년과 2017년 지역사에 대한 재허가 조건으로 ‘사외 이사 선임’을 제시했다. “주주와 특수관계자가 아닌 독립적인 사외 이사를 2019년까지 위촉하라”는 것이었다. 지역MBC의 자유롭고 투명한 의사결정, 즉 자율경영을 보장하라는 사회 저변의 합리적이고 당연한 요구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최소한으로 화답한 결과였다.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하는 사외이사 제도 본래의 취지도 당연히 포함돼 있다. 회사는 지역에서 노사가 합의해 지역의 덕망 있는 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할 경우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의 비상임이사 추가 선임은 사외이사의 도입 취지를 퇴색시킨다. 심지어 거수기로 만들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비상임이사를 추가 선임해 5인 이사 체제가 될 경우, 대주주가 선임한 비상임이사가 3명으로 늘어나, 대주주가 일방적인 의사 결정을 하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다.
회사도 비상임이사 추가 선임 계획이 이사회에서 대주주가 안정적인 과반수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기존 4인 이사체제에서 지역사 대표이사와 사외이사가 대주주의 안건 상정에 반대해 2대2 동수가 나올 경우 주주총회에 안건을 상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주식회사 이사회는 의사 결정을 위해 통상 홀수로 구성되며, 상법 상 대주주가 이사회에서 다수를 점하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의 의견은 대표이사와 사외이사가 대주주를 대표하는 비상임이사들이 이사회에 상정하는 안건에 반대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최승호 체제에서 임명한 지역사 대표이사와 사외이사가 반대하는 안건은 대체 어떤 안건을 말하는 것인가? 지금도 지역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것은 대표이사가 아니라 이사회다. 채용, 보유자금 사용, 인사, 조직개편은 물론 통상적인 임금 지급까지 지역사의 업무 하나 하나가 이사회를 거치도록 돼있다. 지역사 구성원들 입장에서는 “이것도 서울의 허락을 받아야 하나?” 싶을 정도로 경영의 주도권은 여전히 서울MBC에 있다. 그런데 사외이사 선임을 빌미로 지역사에 대한 통제를 지금보다도 더 강화하겠다는 것인가? 더구나 김재철 사장 시절 지역사를 옥죄기 위해 정관을 개악하고 서울 출신 비상임이사 수를 늘린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지역 구성원들은 이런 상황이 왜 최승호 체제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 이해하기 어렵다.
최승호 사장이 취임과 함께 지역사의 자율경영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지역사 구성원들은 높이 평가해왔다. 또한 MBC 정상화 투쟁을 함께 해온 현 경영진의 선의를 믿고, 성공을 바란다. 이사회 장악에 몰두하는 듯한 모습을 보일 것이 아니라, 지역 구성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자율경영의 토대를 만드는 것이 최승호 체제에서 달라진 MBC를 증명하는 길이다. 우리는 이번 일을 기화로 불신이 싹트지 않기를 바란다. 방통위의 재허가 조건대로 사외이사 1명만 선임하면 될 일이다. 수평적 네트워크 복원이라는 대의에 동의한다면, 경영진은 비상임이사 추가 선임 계획을 지금이라도 철회하기 바란다.
2018년 6월 1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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