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인 밀실 조직개편 즉각 중단하라
사측이 어제(11월 30일) 조직개편안을 조합에 공개했다. 임원 보고를 마친 최종안이라며 새롭게 바뀔 조직도를 바탕으로 조직개편 내용을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기존 8본부 23국 14센터 99팀 체제는 미디어전략본부와 콘텐츠전략본부가 콘텐츠사업본부로 통합되는 등 7본부 21국 11센터 89팀으로 축소된다. 콘텐츠사업본부 외에도 대부분의 본부에서 국이나 센터, 팀 단위가 1~2개씩 줄어든다. 사측은 기능과 역할이 유사한 조직을 통합해 효율성을 제고하고, 흩어져 있던 제작-전략-사업 등을 기능별로 묶어 통합적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라는 게 조직개편의 이유라고 밝혔다. 조직 슬림화뿐만 아니라 콘텐츠전략본부 산하였던 영상디자인국이 인프라본부로 편입되고, 시사교양국에서 담당하던 100분 토론을 보도본부로 이관하는 등의 내용도 담겨 있다.
이번 조직개편은 그 폭도, 그 내용도 모두 구성원들에게 엄청나게 커다란 변화를 야기한다. 세세하게 개편 하나하나의 문제점을 지적하려면 끝도 없다. 그런데 이렇게 구성원들의 노동조건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조직개편을 추진하면서, 조합은 물론 해당 구성원들과 별다른 소통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급박하게 진행하는 것에 대해 조합은 매우 강한 유감을 표한다.
소통 없는 조직개편…이렇게 서두를 일인가
사측은 오는 5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조직개편안을 승인받고, 오후에 열릴 예정인 방문진 이사회에 보고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4일이 창사기념일 대체 휴일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조합이 구성원의 반응을 취합해 의견을 제시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다. 조합과의 협의 과정을 철저히 무시한 것이며, 형식적 요식 행위만 취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단체협약(공통) 9조에 따르면 사측은 ‘조합원의 노동조건과 관련된 규정 및 규칙 등을 새로 만들거나 바꾸거나 또는 없애는 경우, 그밖에 조합원의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칠 조치를 시행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사전에 조합과 협의해야 하며, 조합원에게 불리하게 변경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사전에 조합과 합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단협 28조는 프로그램을 개편할 경우에는 구체적인 내용을 최소 10일 이전에 조합에 통보하고, 필요시 공방위를 개최하도록 하고 있다. 사측은 어찌됐든 조합과 협의를 했다고 주장할지 모르나, 빡빡하게 일정을 잡아 놓고 조합의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사실상 차단한 것은 협의가 아니라 통보일 뿐이며, 이는 단협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조직개편의 직접적인 대상인 조직의 구성원들과의 소통도 거의 전무했다는 것이다. 마치 군사작전을 하듯 전날까지 최고위층에서만 극비리에 작업을 했고, 해당 부문의 국장급에서조차도 개편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얘기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온다. 조직개편의 이유와 목적이 설득은커녕 제대로 공유되지도 않다 보니, 새 조직도를 바라보는 구성원들은 당혹감을 넘어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방통행 멈추고 차분히 재검토하라
이번 조직개편은 안형준 사장 취임 이후 실질적으로 처음 추진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사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사장으로서 회사가 나아갈 바에 대한 비전을 반영한 조직개편은 당연히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조직개편안은 성급하게 급조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조직 슬림화’라는 절대적 목적 외에 조직개편을 통해 추구하는 비전을 찾기도 쉽지 않다. 오히려 기존 조직에서 전문적으로 담당하던 조직들을 무리하게 합치다 보면, 방대하고 이질적인 업무를 감당하기 벅차게 되고, 결국 업무 비효율이 생길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측은 이번 조직개편에 앞서 특정 프로그램들의 폐지를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시한을 정해 해당 조직에 통보한 바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공영방송 MBC에서 오랜 시간 공적 책임을 담당해왔지만, 수익성 차원에서 폐지가 결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도 역시 충분한 소통과 숙의의 과정은 없었다.
MBC를 둘러싼 외부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일련의 불통 행보는 노사관계의 신뢰를 깨뜨리고 구성원들과의 신의를 저버리는 것이다. 조합은 사측의 일방통행에 다시 한 번 강한 유감을 표하며, 구성원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차분히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3년 12월 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서울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