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직 전환 합의 이행을 촉구한다
최근 경영진은 전문직의 일반직 전환에 대해 차기 경영진이 결정할 문제라고 결론 내렸다.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안에 존재하던 오랜 차별 가운데 하나를 바꾸겠다고 노사가 한마음으로 약속한 사안이었다. 더구나 MBC 정상화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출범했던 현 경영진이 자신들이 직접 서명한 합의의 이행을 거부했다는 점에서 더 참담하고 실망스럽다.
지난 2018년 회사는 과거 업무직과 연봉직 등으로 불리던 동료들을 전문직으로 통합하면서 2020년까지 임금은 일반직의 68% 수준까지 올리고 최소 35명 이상을 일반직으로 전환하기로 조합과 합의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일반직 전환 사례는 전무하다.
합의 문구는 ‘2020년까지’로 돼 있지만, 협의 과정에서 매해 단계적으로 실시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고 실제로도 수차례 일반직 전환이 추진됐었다. 하지만 경영진은 그때마다 결정을 미뤘다. 2018년 말에는 명예퇴직 실시를 이유로, 지난해 초에는 중간 광고 도입 이슈를 이유로, 그리고 지난해 여름에는 구체적인 시행 방안까지 마련됐지만 비상경영계획을 이유로 보류했다.
비용이 많이 들어서 못하겠다는 경영진에게 조합은 전환 조건을 대폭 양보한 방안도 제시했다. 사규와 관례에 따라 마련됐던 회사안보다 비용 부담을 크게 줄인 방안이었다. 어찌됐든 어렵게 뜻을 모은 노사 합의를 임기 내에 이행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했고, 차기 경영진의 부담도 덜 수 있는 방법이었지만 경영진은 이마저도 거부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동안 전문직 동료들은 지치고 실망하고 좌절했다. 적어도 지금의 경영진이라면 약자의 편에 서서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고 믿으면서 당장의 차별을 감내해왔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제6조는 성별, 국적, 신앙, 사회적 신분으로 인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고 있다. 과거 법원은 MBC의 업무직과 연봉직에 대해 “근로자의 의사나 능력 발휘에 의해 회피할 수 없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면서 “각종 수당을 차별없이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남부지법 2014가합3505) 이런 위법한 상황을 정상화된 MBC의 정신으로 개선해 보자는 것이 전문직 처우 개선에 대한 노사 합의였다.
이제 현 경영진의 임기는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손을 놓고 차기 경영진에게 공을 넘기기 보다는 결자해지의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할 수 있는 일이다. 자신들 스스로 서명한 약속을 공수표로 만들어 버린다면 애써 이뤄낸 노사합의 정신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 다음 경영진의 부담이 더 커지는 것 또한 자명한 일이다. 임기 마지막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전문직 처우 개선에 대한 노사 합의를 이행하고 실천하기를 다시 한번 강력하게 촉구한다.
2020년 1월 3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서울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