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직무유기, 방통위는 촛불의 명령에 저항하는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안이한 현실 인식과 직무유기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현재 방송계는 공영방송 KBS의 파업이 100일을 훌쩍 넘고, 사장 선임을 둘러싼 YTN 사태가 또다시 악화일로로 치닫는 등 곳곳에서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 과거 정권의 방송장악과 언론자유 파괴의 적폐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할 주무기관인 방통위는 책임감이나 사명감은커녕 최소한의 해결 의지조차 의심케 하고 있다.

 

방통위는 당초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혐의를 받고 있는 KBS 강규형 이사에 대해 오늘 청문회를 실시할 예정이었다. 이미 감사원에서 법인카드 부정 사용 내용을 통보하면서, 한 달 이내에 인사 조치를 하라고 요구한 사안이다. 방통위는 MBC 파괴의 장본인인 고영주 방문진 이사에 대한 해임안도 어제 처리할 예정이었다. 모두 공영방송 정상화와 언론 장악 청산을 위해 한시가 급한 사안들이다. 그러나 방통위는 이 시급한 현안들을 또 외면했다.

 

배경은 지난 20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항의방문이었다. 김성태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들이 방통위로 몰려와 “인민재판식 언론장악”이라는 적반하장의 궤변을 늘어놓자,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취지로 강규형 이사의 청문회 일정을 오는 27일로 연기했다. 고영주 방문진 이사의 해임안 처리도 해를 넘긴 다음달로 늦춰졌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허욱 부위원장까지 “제1야당 의원들이 공식적으로 우려를 한만큼 정무적으로 판단해서 일정을 조정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동조했다. 허 부위위원장이 말하는 제1야당은 과거 정보기관을 동원해 방송을 장악하고, 오늘날 언론 자유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주범 자유한국당이다.

 

자유한국당 정권의 언론자유 파괴와 언론인 학살로 거의 10년째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YTN 사태는 아직도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방송장악의 주범 이명박의 추종자인 최남수 씨가 사장으로 내정된 YTN은 오늘 주주총회에서 사장 선임 의결을 미루며 가까스로 파국은 면했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주무 기관인 방통위의 대통령 추천 고삼석 위원이 이 상황을 ‘노사 갈등’ 정도로 치부하고, 방통위가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은 무책임한 직무유기일 뿐이다.

 

현 정부는 언론 적폐를 청산하고 민주주의를 복원하라는 촛불의 명령으로 태어났다. 신속하고 단호하게 방송정상화를 추진해야 할 방통위는 계속 국민의 시대적 열망을 외면한 채, 민심에 저항할 것인가. 우리는 취임 초기 방송독립과 언론자유를 정상으로 돌려놓겠다고 했던 이효성 위원장의 약속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청산 대상인 적폐 세력의 적반하장식 궤변에 방통위가 더 이상 휘둘려서는 안 된다. 방송 정상화를 위한 시급한 현안에 거듭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면 온 국민과 방송 종사자들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엄중 경고한다.


2017년 12월2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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