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회복을 위한 모든 조치를 시행하라

MBC 스포츠 중계가 매서운 비판을 받고 있다. MBC 스포츠는 지난 23일, 도쿄 올림픽 개막식 선수단 입장 때 우크라이나엔 체르노빌 원전을, 엘살바도르에는 비트코인을, 아이티의 경우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개 속’ 자막과 함께 시위 장면을 자료 화면에 넣어 해당 국가를 소개했다. 세계인들이 자국 내 아픔과 국가 간 갈등을 접고 함께 만나 더 나은 미래를 꿈꾸자고 모인 자리에 초를 치는 일이었다. 해당 국가의 국민에게 모욕감을 주고, 시청자들에게는 불쾌감을 안긴, 변명의 여지없는 잘못이었다. 25일 대한민국 대 루마니아 경기 중계에서도 상대 국가를 존중하지 않는 모습이 다시 전파를 탔다. 자책골을 넣은 루마니아 팀을 상대로 삽입한 ‘고마워요 마린 자책골’이란 자막은 시청자들의 질책을 사기에 충분했다. 지금 MBC 스포츠는 ‘올림픽은 MBC’라는 구호가 무색해질 정도로 위태롭기 그지없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는 지금 혹독한 책임 추궁을 받고 있는 구성원들과 같은 자리에 서서 반성과 회복의 길을 함께 하고자 한다. 단편적인 정보로 대상을 쉽게 규정하려 하진 않았는지, 우리 안에 우월감이 자리 잡혀 있지 않았는지, 주목을 끌기 위해 배려심을 잊은 적은 없는지 뒤돌아본다. 우리는 이 시간을 시청자의 높아진 감수성에 발맞추고, 공영방송 종사자로서 바람직한 태도를 확고히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어제(26일) 사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뼈아픈 과정이 MBC가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을 기회가 되려면 사과문에서 약속한 바들이 철저하게 지켜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조합은 회사가 대외적으로 적극 사과하면서, 내부적으론 현 상황을 평가하고 책임질 사람을 찾아 문책하는 재판관의 입장에만 서 있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이번 사태는 여러 요인을 총체적으로 살펴봐야 할 일이고, 조직 개편의 적절성 여부도 배제할 수 없는 사항이다. 조합은 큰 대회를 앞두고 급진적으로 진행된 스포츠 조직의 대규모 개편 작업에 대해 그간 우려를 표명해왔다. 스포츠 PD 인원의 축소, 협업 시스템 문제, 제작진과의 소통 부족 등으로 올림픽 중계는 시작 전부터 파행의 연속이었다. 조합은 성급하게 이뤄진 조직 개편 작업이 이번 문제들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줬는지 면밀하게 살펴볼 것이다. 이를 통해 구성원들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내던져져 있었던 것은 아닌지, 그럼에도 경영진이 개개인만 과도하게 추궁하면서, 책임을 면피하려는지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구조적인 문제가 심화된 면이 있다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2021년 7월 27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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