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국민의 품으로” 이제 시작됐다
MBC 차기 사장 선임, ‘시민평가단’ 도입에 부쳐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회가 어제(9일) MBC 차기 사장 선임 절차에 ‘시민평가단’을 도입하기로 결정, 발표했다. 공영방송 독립의 핵심인 사장 선임절차에 국민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조합의 일관된 요구가 반영됐다는 점에서, 그리고 공적 영역에서의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 이제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시대정신에 부응했다는 점에서 조합은 방문진의 결정을 환영하며 의미 있게 평가한다.
우리는 언론을 장악하고자 했던 적폐정권과 그에 부응했던 과거 사장들이 어떻게 공영방송 MBC를 망가뜨렸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낙하산 사장의 부역으로 국민의 공공재인 공영방송을 정권의 입맛에 맞추려 했던 노골적인 통제였다. 그리고 그 통로가 바로 방문진이었다. ‘김재철 사장이 청와대에 불려가 조인트를 까였다’는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의 충격적인 고백은 적폐정권과 방문진, 그리고 낙하산 사장의 폐해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였다.
조합은 이런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핵심이 정파적 틀을 넘어서는 사장 선임 구조 개선에 있다고 보고, 권력에 휘둘리는 낙하산 사장의 고리를 끊어내는 방안으로 국민의 참여를 통한 ‘공론화 방식’을 거치는 사장 선임절차 마련을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그리고 마침내 ‘시민평가단’ 도입이라는 1차 결실을 맺었다.
이번에 도입된 ‘시민평가단’은 차기 MBC 사장 선임 절차의 한 단계를 맡게 된다. 시민평가단은 방문진의 1차 심사를 통해 추려진 후보 3명의 정책설명회를 듣고 최종 후보 2인을 압축하는 역할을 한다. ‘시민평가단’이 선임 절차의 한 단계를 독립적으로 온전히 책임진다는 측면에서 과거보다 진일보한 방식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다. 여전히 사장 선임 절차의 시작과 최종 결정은 방문진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이다. 자칫 시민의 참여가 요식 행위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걱정과 최악의 후보를 배제하는 제한적인 역할에 머무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향후 준비과정에서 ‘시민평가단’이 실질적으로 국민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와 숙의 시간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설계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예비후보 3인을 선정하는 과정도 과거의 구태인 정파적 후보 배분을 벗어나, 방문진이 스스로 천명한 기준에 걸맞은 후보자를 엄선할 것을 당부한다. 국민 앞에 선보이는 3인의 후보는 바로 방문진이 1차 심사를 통해 선정한 결과이기에, 그 결과에 떳떳하고 당당할 수 있도록 더욱 신중하고 책임 있는 심사를 당부한다.
조합은 방송문화진흥회가 이런 큰 책무를 이행하는 과정을 국민과 함께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공영방송을 바로 세우고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해 내 걸었던 구호 “MBC, 국민의 품으로” 이제 시작이다.
2020년 1월 1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